비인기과로 알려진 산업의학과가 기업체에서 모시기 힘든 전문의로 부각되고 있어 눈길이다.
14일 의료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사업장내 자체 검진센터를 운영 중인 대기업에서 산업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M대우의 경우, 인천시의사회를 통해 오는 19일까지 부평공장에서 근무할 산업의학과 전문의를 공모한다는 채용공고를 냈다.
회사측의 이같은 채용공고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지금까지 의사회나 업체에 문의나 원서접수가 한 건도 없었다.
GM 인사팀 관계자는 “산업의학과 의사 채용은 지난해 노사 단체협상 합의사항으로 지역의사회 등을 통해 올초부터 알아보고 있으나 쉽지 않다”면서 “예상연봉은 9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이번 마감시간을 넘기면 헤드헌팅사에 공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방에 사업장을 지닌 기업이면 대동소이하다.
포스코의 경우, 4월부터 포항과 광양 공장의 보건의료센터에서 근무할 산업의학과 및 가정의학과 또는 내과 전문의 모집에 들어가 산업의학과는 3개월이 넘도록 지원자가 없었으나 이달초 겨우 해당 전문의를 채용한 상태이다.
삼성중공업도 3월부터 거제조선소 건강검진센터에 근무할 산업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냈으나 자격에 맞은 의사인력을 구하지 못하다 얼마전 1명이 지원해 면접을 본 상태이나 출근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들 대형업체에서 제시하는 연봉은 보통 1억 3000만원~1억 5000만원 수준으로 주 5일 근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일 8시간 1년간 계약이 통상적인 계약조건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근무조건인데 산업의학과 전문의들이 기업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지방이라는 지리적 조건이 우선적으로 작용하고 내면적으로는 업무강도와 대우가 겉보기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대형 업체에 근무 중인 산업의학과 전문의는 “일반적인 검진과 진료를 생각하고 온다면 큰 코 다친다”면서 “오전에 70명의 직원 진료와 오후에 특수검진과 일반검진 등 엉덩이를 의자에서 뗄 시간이 없다”고 사업장 진료환경을 설명했다.
전문의 10년차인 그는 “몇 해 전까지는 업체에서 의사를 채용하면 임원급 대우를 해줬는데 지금은 사업장내 팀장급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산업재해에 대한 근로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특수검진 판정시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왜소해지고 있는 의사직의 위상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산업의학회 원종욱 총무부장(연세의대 교수)은 “대형 업체에서 산업의학 전문의 채용에 힘들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서 “업체의 앞날이 불투명한데다 연봉도 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면 누가 지원을 하겠느냐”고 언급했다.
원종욱 총무부장은 “더구나 1년 계약직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미래의 불안감이 지방 근무를 더욱 꺼리게 만든다”고 전제하고 “종합병원에서도 산업의학과 전문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기업보다 더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곳도 늘고 있다”며 품귀현상으로 몸값 상승중인 산업의학과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올해 2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나 그밖의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지도하기 위하여 사업장에 산업보건의를 두어야 한다. 다만, 의사를 보건관리자로 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산업보건의를 두어야 할 사업의 종류·규모, 산업보건의 자격·직무·권한·선임방법 그밖의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등 산업의학전문의 의무채용의 필요성이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