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채권 발행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을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의대 이원영 교수(예방의학과)는 최근 발행된 건강정책웹진 창간호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서 의료채권 허용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기관들의 의료채권 발행을 허용해 채권시장에서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비영리기관 병원이 채권발행을 통해 신규 자금 수요나 유동성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저리의 대랴의 자금을 장기적·안정적으로 조달해 의료기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의 의견은 다르다.
의료채권의 발행으로 인한 수혜자는 일부 대형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으로 국한될 것이며,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다수의 중소병원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대다수의 병원들이 채권을 발행하기 위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므로 결국 의료기관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의료채권의 발행이 의료기관의 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채권발행을 통해 유입된 대규모 자금은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 생산에 몰릴 가능성이 크며 현재의 투자 거품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아울러 채권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경우 의료기관들은 좋은 신용평가를 받기 위해 상당한 영리적 추구를 강요함으로서 사실상 영리병원화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의료기관 채권발행이 오히려 리베이트 관행을 합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료채권이 발행되더라도 이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감안할 때 일반 개인 혹은 기관 투자자보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업체 등이 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기존의 의약품 공급시장에서 구조화되어 있는 리베이트 등의 음성적 거래 관행을 더욱 합법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이 법안은 실효성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현재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의료산업화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부실로 힘을 잃어가는 동네 중소병원과 의원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