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의사대출 시장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BIS(자기자본비율) 확보 등을 이유로 위험도 높은 대출을 꺼리면서 소득에 기복이 있는 개원의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봉직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개원의 대출, 한도는↓ 기준은↑ "리스크 부각"
A은행 의사대출 담당자는 13일 "지난해 말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개원예정의들에 대한 영업은 아직도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태"라며 "또한 신용등급 등 제반사항들에 대한 평가기준이 높아져 승인률도 과거와 비교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대출한도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한국씨티은행이 의사대출 한도를 5억에서 3억 5천만원으로 줄였으며 외환은행도 개업예정 의사인 경우 한도가 1억 5천만원으로 축소됐다.
이밖에 닥터론을 운영중인 은행들도 대출 최대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 등으로 개원의들에 대한 리스크관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의사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대다수 은행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개원예정 의사들이나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해왔다.
다른 자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적이고 폐업률이 낮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중소기업 대출상품으로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의사면허증 하나만 들고 은행을 찾아도 4억~5억원대의 대출은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과 개원시장의 무한경쟁으로 폐업율이 높아지고 소득에 기복이 심해지면서 개원의들에 대한 은행들의 러브콜은 소극적으로 변한지 오래다.
봉직의들은 여전한 VIP "안정된 고수입 매력적"
그에 반해 봉직의들은 아직도 은행들의 우량고객으로 대우받고 있다. 특히 개원대출시장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봉직의들에 대한 영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경향은 한도부분에서도 절실히 드러난다. 과거에는 봉직의들보다는 개원의들이 월등히 높은 한도를 보장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외환은행은 봉직의사에게 최고 2억원의 대출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개원의 최고 2억원, 개원예정의 최고 1억 5천만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씨티은행도 개원예정의와 봉직의가 최대 2억원으로 대출한도가 같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 개원의와 봉직의 모두에게 최대 3억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하지만 소득증명의 경우 개원의는 4억이상의 매출을 증명해야 하지만, 봉직의는 9000만원 정도의 원천징수영수증만 제출하면 된다.
A은행 닥터론 담당자는 "최근 경향을 보면 대출한도는 물론, 금리 등의 면에서도 봉직의사들이 개원의사들보다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소득증빙이 용이하고 대출 등 금융정보가 간소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간의 고객확보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개원대출 시장에 자금이 몰린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개원대출 시장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