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해 지방흡입수술을 시행한 의사가, 과도한 수술과 적절하지 않은 사후관리의 책임을 물어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의사의 비전속 진료, 소위 프리랜서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의료사고와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지방흡입술 도중 숨진 A씨의 모친에게 수술을 시행한 의사 B씨가 1억1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06년 의사 C씨의 의료기관에서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지방흡입술 비전문가인 의사 C씨는 다른 곳에서 개원하고 있는 B씨를 초빙해 지방흡입술을 시행했다.
의사 B씨는 3900CC 체지방을 제거했고 시행후 2시간 후부터 A씨는 오심과 구토증상을 호소했고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이 계속됐다.
하지만 A씨는 의사 C씨에 의해 관리됐고, 시술을 시행한 의사 B씨는 다음날에야 병원을 방문해 영양수액제 등을 주입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A씨는 시술후 이틀이 지나 대학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지방흡입술 후 합병된 피부간염, 괴사, 전신감염이 동반된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에 의한 심정지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지방흡입술을 시행할 경우 합병증으로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2500CC이상 흡입할 경우 쇼크 가능성은 50%인데 과도하게 3900CC를 흡입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혈액검사 등의 결과를 볼때 수술당시 다량의 출혈이 있었고 이로 인해 저혈량성 쇼크, 급성신부전 등의 이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과도한 지방흡입을 해 A씨에게 과도한 출혈을 발생시켰으며, 구토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신속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환자가 저혈량성 쇼크와, 이로 인한 급성신부전이 발생하는 것을 조속히 진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환자측이 지방흡입술 전문가가 아닌 C씨로부터 사후관리를 받으면서 신속히 다른 병원을 전원을 요청하지 않은 점도 인정돼, 책임비율을 55%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