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내과의원 이모 원장은 얼마전 한 학생이 내민 쪽지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쪽지에는 학생이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확인, 이를 증명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 이 원장은 일단 진료 후 가벼운 감기로 생각돼 크게 문제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했지만 신종플루 확진검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문진만으로 ‘확인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이 못내 찝찝했다.
최근 개학을 맞이한 초·중·고교들이 주먹구구식 신종플루 감염방지 대책을 추진, 학교 인근 개원의들이 난감한 표정이다.
최근 전국의 초·중·고교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등굣길 학생들의 체온을 체크해 신종플루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감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인근 의료기관을 찾아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확인해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인근의 개원의들은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학생들의 방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
이 원장은 “학생들이 ‘신종플루 미감염 확인증’이라는 종이쪽지를 들고와서 서명을 요구해 당황스러웠다”며 “신종플루 감염 여부는 사실 확진검사를 통해서만이 확실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인데 단순한 문진만으로 확인증에 서명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해두기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확인증에 서명을 한다는 것은 해당 환자가 잘못됐을 경우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므로 상당한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관악구 B이비인후과의원은 몇일 전 신종플루 검사를 해달라는 학생들로 대기실이 가득찼다. 인근 중학교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전교생들에게 미열이 있거나 감기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병의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오라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B이비인후과 김모 원장은 “의원급에서는 확진검사를 하려면 3~4일정도 소요되는데 학생들은 당장 감염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난감하다”며 “학교에서 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단체로 검사받고 오라는 식의 지침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정부 지침상 의심환자에게는 확진검사 없이 타미플루를 처방하고 확진검사는 고위험군에게만 실시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 감기증상을 보이는 모든 학생들에게 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최근 지침에서 매일 아침 학생들에게 발열체크를 하라는 이유가 학생들의 상태를 사전에 확인하자는 취지”라며 “학교자체적으로 학생들에게 동네의원에 가서 일괄적으로 검사받으라는 식은 비효율적인 지침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