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사태가 원내조제 확대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지난 9년간 굳건히 유지됐던 의약분업 체제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3일 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500여곳의 거점치료병원에서의 타미플루등 항바이러스제 직접 조제를 허용하면서, ‘의-약분리’라는 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원내조제 확대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항바이러스제라는 단일품목이기는 하지만, 원내조제를 허용한데에는 신종플루 환자가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전염시킬 가능성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점치료병원이 아닌 일반의료기관에서도 항바이러스제 처방이 가능한데, 이 경우에는 환자가 약국을 방문해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없느냐는 것이다.
복지부는 일반의료기관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할 경우, 의료기관이 팩스를 이용해 거점약국에 처방전을 보내고 거점약국은 택배나 퀵서비스 등을 통해 환자의 집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보내는 지침을 마련했지만, 번거로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거점치료병원에서 만성질환자 등에 항바이러스제와 다른 약제를 동시에 처방할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병원에서 항바이러스제는 원내조제하고 다른 약은 약국에서 처방전을 가지고 수령할 경우, 감염방지라는 목적이 훼손돼 버린다.
원내조제라는 예외를 인정한 만큼 이 경우에도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이러한 예외의 확대가 의약분리라는 분업의 틀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게다가 향후 신종플루와 같은 유사상황시 원내조제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예외상황이기에 항바이러스제와 타약제의 원내조제를 인정할 필요가 있지만,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결론을 도출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내조제 확대 논란은 의약단체에도 민감한 부분이다. 의료계의 경우 지난 수년간 그토록 주장하던 ‘선택분업’이 부분적으로나마 시행된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의사협회는 감염확산을 막기위해 거점치료병원이 아닌 일반의료기관에서도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원내조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약사회는 원내조제 확대 등을 통한 의약분업 원칙 훼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