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병원을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는 현 제도가 민간의료기관의 난립을 조장해 중소병원의 위기를 불러오는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자본금 규모나 비중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한 병원 설립정책과 요건은 필연적으로 부실한 민간의료기관의 난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은 "병원의 설립이 무제한적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병상 및 의료인력 공급의 측면에서도 지역별 편중 현상과 왜곡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조사결과 충북지역의 Y병원은 설립당시 자산총액 규모가 100억원이었지만 실제 자기 자본투자는 5천만원에 불과하고 99억5천만원은 부채였다. 큰 부채를 안고 시작한 Y병원은 정부로부터 30억원을 차관으로 지원받기도 했으나 두 차례나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Y병원이 폐업한 와중에도 인수자가 자기 자본없이 부채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인수했고 융자로 운영자금을 충당하다 보니 부채는 계속 쌓여갔고 결국 도산해 현재는 폐업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시·도에서 의료보수표 등과 같은 서류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자본금 등 다른 요건들은 일반 중소기업 등과 다르지 않다.
이에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공공적 성격을 다분히 띈 병원들의 무제한적인 난립은 부채가 많거나 경영이 어려운 병원이 과잉진료나 여러 문제를 야기해 결국 보험재정과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똑같은 설립요건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병원경영컨설팅 회사 비즈메디 관계자는 “사단법인이나 특정 직군에 한해 회사 설립시 일정금액을 예치하는 등의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일반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며 “병원 역시 자유롭게 설립 가능하다”고 말했다.
병협 관계자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개설은 설비나 사업계획서 등을 제출하는 ‘허가제’로 운영된다"고 말하고 "학계에서는 오히려 ‘신고제’로 운영되는 의원급이 위험방지시설이나 수술실, 입원실 등을 검증할 수 없는 측면을 문제로 지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