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들이 부정적인 사회 인식, 저수가, 인력난 등이 겹치면서 정체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한정신병원협의회(회장 이병관)는 13, 14일 양일간 부산에서 ‘선진사회의 정신건강과 정신병원의 역할 모색’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나눔과행복병원 서영수 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의료급여 대상자는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낮은 비용의 정액수가가 지급됨에 따라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급여환자의 정신병원(G2 기준) 입원료와 낮병동 이용수가는 건강보험환자 대비 각각 65%, 68.3% 수준이다.
또 서 원장은 “정신과 치료에 있어 약물요법 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신요법이지만 낮은 수가와 청구 제한으로 인해 의료급여환자들에게 차별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 원장은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낮병동 수가를 대폭 조정하고, 6시간 미만 진료를 하더라도 수가가 인정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부여 다사랑병원 최명기 원장은 정신병원 과잉 공급에 따른 경쟁 심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입원환자 풀 감소, 정신과 전문의 및 간호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수가 인하 및 행정규제 강화, 사고비용의 증가, 세무행정의 강화 등을 경영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정신병원들은 무엇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감시 활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시몬병원 정시몬 원장은 “국가인권위가 보호자의 입원동의에 대한 실태조사를 더욱 강화했고, 입원환자들의 작업에 대한 저임금이 이제 모두 인권보호정책에 반하는 것이 됐다”고 토로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정신장애인 인권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기관, 사회복귀시설 등에 입원한 환자 가운데 82.5%가 보호자와 시도지사, 경찰 등에 의해 비자의적으로 입원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신병원협의회 이병관 회장은 “일반인과 환자,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을 잘 치료하고 조기에 사회복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기 치료가 필요한데 치료를 거부한다고 그냥 내버려두는 게 사회와 가족,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국가인권위에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적인 인권과 함께 가족의 인권 역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권위가 좀 더 현장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해 인권을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신병원협의회 김종천(세명병원 원장) 미래발전위원장 역시 “인권위가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침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종천 위원장은 “이들이 사회에 복귀하더라도 사회적 연계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에 참혹한 생활을 하거나 교도소에 가는 게 허다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조기퇴원시키라고 하는 것은 재복귀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이병관 회장은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환기 시켰다.
이 회장은 “전문인력에 비례한 차등수가제가 시행된 이후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인건비가 크게 높아져 환자 치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해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정신과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고, 적정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신경정신의학회, 개원의단체가 함께 무엇이 바람직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