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A내과 이모 원장은 얼마 전 인근 약국의 약사에게 약 처방이 중복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고양시에서 실시하는 DUR시스템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즉시 처방을 변경, 처방 내역을 저장하려는 순간이었다. 약사는 "환자가 먼저 처방받은 약은 복용하지 않겠다며 가버렸다"고 했다. 이미 차트에서 앞서 처방한 약을 삭제한 의사는 난감해졌다.
이는 경기도 고양시 내 DUR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사례 중 하나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 DUR시범사업과 관련해 앞서 시행된 시범사업의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처방내역을 제외한 채 조제내역만 확인하는 방식의 DUR시범사업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고양시의사회 남준식 정보통신이사는 "지난 10월 30일을 기준으로 6개월간의 시범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여전히 조제내역만 확인하는 방식의 DUR시스템만이 가동되고 있다"고 이의제기했다.
그는 "11월 2일부터 처방내역 확인이 가능한 DUR모듈을 청구소프트웨어에 반영키로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거 시스템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 이사는 이어 "이번 DUR시범사업에 의료기관이 제대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복지부와 심평원의 졸속행정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라며 "이는 결국 시범사업기간 중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고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으로 앞서 실시된 시범사업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1월 2일부터 DUR시범사업에 돌입키로 했던 제주도의사회도 마찬가지다.
DUR시범사업 시행 보름이 지났지만 DUR모듈이 약국에만 탑재됐을 뿐, 의료기관에는 아직 미설치된 상태다.
제주도의사회 관계자는 "청구프로그램 업체들이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며 "약국에서는 이미 DUR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의료기관들은 시작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UR확대시범사업확대TFT 윤창겸 위원장은 "이 상태로는 정부의 DUR시스템 도입 취지인 약가절감 효과도 거두기 어려운 상태"라며 "이는 건보재정을 아끼기 보다는 낭비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