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요양기관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만성질환에 한해 기본적 진찰료 및 검사, 관리비용을 한데 묶어서 보상하는 '인두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충북의대 강길원(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19일 부산에서 열린 '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강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진료비 지불제도는 이 같은 포괄적, 지속적 진료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수가에 기반한 행위별수가제가 박리다매형 단편적 진료를 야기해 포괄적이며 지속적인 진료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그는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포괄적 진료에 필수적인 상담이나 교육에 대해서는 진찰료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보상을 하지 않거나, 비급여로 환자에게 부담하게 함으로써 의료진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또한 지속적 진료에 필수적인 환자등록관리 보상도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와 관련해 인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성질환 관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진찰료와 검사 및 관리비용을 한데 묶어 환자 1인당 정액으로 보상하자는 얘기.
강길원 교수는 "이 방안을 적어도 만성질환에 대해 포괄적인 관리를 하려는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또한 만성질환자 관리에 필요한 기본비용을 한데 합해 보상할 경우 환자 1인당 정액으로 받는 금액이 커져 의사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인두제 도입시 환자당 관리비용은 신규환자를 기준으로 질환별로 13~20만원 수준으로 추계됐다.
이는 만성질환자의 통상적인 관리에 필요한 진찰 및 검사횟수에 2009년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해 추정한 것이다.
제도 도입시 추가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신규환자 50%+지속환자 50%일 경우 8253억원 △신규환자 100% 9554억원 △지속환자 100%일 경우 6952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강길원 교수는 "이 방안은 이중지불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운영이 단순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또한 전통적인 인두제 발생으로 의사들이 예방적 진료와 포괄적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보는 의료계의 시각은 엇갈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의협 조남현 정책이사는 "저수가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책을 고민한데 대해서는 의미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수가현실화를 바탕으로 한 지불제도의 개편을 정부가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지불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데는 동의한다"면서 "다만 지불제도의 개혁은 총액계약을 전제로 하여, 제도의 지속가능성 또한 담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