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행위별수가제를 대체해 일부 병원에 도입된 질병군별 포괄수가제와 일당정액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러한 지적이 이들 제도에 대해 애초부터 비판적이었던 의료계가 아닌 보험자나 가입자쪽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8일 건보공단에서 열린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강의'를 통해 "DRG와 일당정액제는 행위별수가제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난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지불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7개 입원질환에 대해서는 DRG를, 보건기관, 의료급여 정신과, 요양병상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제가 적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DRG 지불제는 소비자나 보험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면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30%나 높은 수가를 지불했음에도 소비자 부담 증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과잉진료 등 행위별수가제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단일산병원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신포괄수가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DPC제도를 단순모방한 수준으로 실패할 김 교수는 예측했다.
또한 요양병원 일당정액제 역시 고가의 치매치료제, 고가의 치료재료, CT, MRI, 외과수술입원기간, 폐렴 패혈증 치료기간, 집중치료실 입원기간 등은 별도로 행위별 수가를 적용하고 있어 일당제라기보다 변형된 행위별수가제라고 혹평했다.
김 교수는 "실패한 시범사업은 깨끗이 인정하고 포기해야 한다"면서 "DRG는 폐기하든지 강제 시행해야 하며, 요양병원형 수가는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불제도의 패러다임을 현재의 사후수가제에서 사전수가제로 전환해, 총액계약제 혹은 목표진료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전수가제를 도입하면 진료비 예측 가능성을 확보함은 물론, 의료의 질을 감시할 수 있으며 행정비용의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총액계약제는 한방, 치과, 약국 등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지불제도 개편에 따른 의료공급체계 정비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다수의 의료소비자와 공급자의 지지를 얻는 논리와 정책수단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