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분위기를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을 명목으로 의료시장의 각종 규제들을 철폐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골자로 의료산업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철폐하려고 한다. 의료 법률 등 전문자격사 시장이 개방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상태라면 개방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잇따라 이런 맥락의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윤 장관은 규제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인력 문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리법인의 중단 없는 추진과 함께 "의사도 모자라면 늘려야 한다"며 의사 인력의 증원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최근 KDI의 전문자격사 수요 연구용역 결과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KDI는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수준과 비교했을 때 의사를 최소 1만9000명에서 최대 8만70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복지부에 등록된 의사수가 총 8만 2천명인 점을 감안할 때 의사인력을 최대 2배까지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해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 적극 검토할 문제다. 그러나 공급 과잉으로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시장상황을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터키(1.5명)를 제외하면 가장 적다. 하지만 매년 배출되는 의사의 9할이 민간의료 시장에 공급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영이 안돼 문을 닫는 의료기관이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시장 전체 상황을 보지 못하고 수치에만 의지에 의사 인력을 늘렸다가는 더 큰 재앙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포화상태다. 지금도 매일 수십개의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있다. 적자생존의 원리로 보자면 당연한 것이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의사가 배출된 것이 원인 중 하나다. 낮은 수가로 진료과목간 적정한 인력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과잉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해법은 의사수를 늘리기 보다는 수가 인상을 통한 자원의 적절한 분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먼저 수가를 현실화 해 의료자원이 진료과목별로 적정하게 분배되도록 하고 난 후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진입장벽 완화와 인력 증원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