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칼럼| 2010년을 극복하라
2010년은 어느해보다 의료시장의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영리병원 허용, 의·치·한 진료과 공동 개설 허용, 요양병원 수가 개편, 의료사고법 제정 등 의료시장의 큰 변화를 일으킬 정책들이 현실화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도 급격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메디칼타임즈>는 1월 한달간 병원 경영 전문가들의 칼럼을 통해 2010년을 전망하고,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요즘 의료계를 보면 개구리를 삶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개구리를 삶으려면 펄펄 끓는 물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찬 물속에 넣어 서서히 물을 데우면 된단다. 물이 미지근하니 뛰쳐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 책과 기고, 강의를 통하여 언급했던 의료계 변화들이 거의 다 실현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경쟁은 심해지고, 경영난은 어려워지다 보니 의료계에는 ‘경영컨설팅’으로 포장한 장사치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대예언’을 쏟아내어 대안 없는 위기감만 여전하다.
분석과 예측을 넘어 행동이 필요한 시기다. 올해 주요 의료정책 중 개원가 경영에서 짚어볼 수 있는 것은 한의치간 진료허용과 비급여비용고지의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1월 말이면 병원급 이상에서의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고용이 허용된다. 이는 의원급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병원급에서는 ‘양한방 협진’을 내건 광고가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협진 프로세스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간적인 공존에 불과하다.
의원급 개원가에서도 성형외과와 피부과, 한방부인과, 치과교정과, 치과보철과 등으로 이뤄진 성형특화병원을 표방할 수 있다. 그러나 병상을 갖추어야 하는 조건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 형태보다는 몇 몇 의원들이 모여 홍보용으로 활용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차별화된 아이템 없이는 협진에 대한 홍보도 ‘간판경쟁’이 될 것이다.
환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여 비급여비용에 대한 고지의무가 생긴다. 지자체에 보수표를 제출할 의무는 없어지지만 결과적으로 개원가는 가격경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을 시사한다. 가격경쟁에 대한 가격할인은 단기간을 위한 방편을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다. 이는 병원의 주특기가 될 전문진료분야와 관련하여 고려하여야 한다.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은 오히려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의 비용대비 효과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올 한 해도 소득수준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을 여전히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패턴이었다. 동일한 광고비를 지출하더라도 광고의 효과는 점점 약해지고 지속되는 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매체를 통하여 언제 하느냐에 관한 구체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해진다. 잠재고객을 비롯한 고객층 전반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기, 빈도, 컨텐츠를 결정하여야 한다. 이는 진료과목의 보험수익 비중, 계절성, 환자의 특수성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매년 정부 정책에 따른 대응방안이 흘러나오지만 본질적인 대비를 위해서는 2, 3년 후를 내다보는 준비가 필요하다. 병원의 발전모델에 따라 주특기로 삼아야 할 영역을 개발하고, 의료진과 직원 모두가 공부하여야 한다. 결국 가장 설득력 있는 홍보 컨텐츠는 품질을 차별화하기 위한 노력과 이로 인한 성과가 되어야 한다.
내년 의료계는 지나고 보면 ‘급격한 변화’이지만 막상 연중에는 여전히 ‘서서히 달궈지는 물속’과도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