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학생들이 지방 의전원에 대거 입학하면서 이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다시 서울로 회귀, 지방 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22일 마감된 인턴 모집 결과 지방 의전원 부속병원들이 대거 미달 사태에 직면했으며, 특히 일부 수련병원의 경우 본교 출신들이 20%도 남지 않고 서울권 병원에 지원하면서 정원의 절반을 채우는데 그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인턴모집 마감일인 이날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의전원 부속병원을 대상으로 지원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미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전북대 의전원 부속병원은 총 53명의 인턴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35명에 그쳤다.
지원자 중 전북대 의전원 졸업자는 21명에 불과해 수련 담당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올해 의전원 졸업생이 110명인 것을 감안하면 20%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전북대병원 수련 담당자는 "설마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과거 의대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본교 출신의 80% 이상이 서울권 수련병원으로 떠나버렸다"며 "내년에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질텐데 정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수련병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대병원도 인턴 모집정원이 78명이지만 지원자는 62명에 불과했다. 예년에 최소 1:1의 경쟁률을 보였던 것과는 격차가 크다.
부산대병원도 부산대 의전원 출신들이 대거 서울로 빠져나간 게 미달 사태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부산대 의전원 졸업자가 125명에 달했지만 이 중 60명만 부산대병원을 선택했고, 절반 이상이 서울권 수련병원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경상대병원도 41명을 모집했지만 33명 밖에 오지 않아 미달됐다. 경상대 의전원 역시 76명의 졸업생 중 46명이 서울권 수련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도권에 위치한 의전원 부속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길병원도 가천 의전원 출신들이 서울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하면서 65명의 정원 중 61명을 채우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서울권 유명 수련병원들은 지원자가 정원을 훌쩍 넘기며 오히려 탈락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맞았다.
서울아산병원은 154명의 인턴을 모집했지만 166명이 지원해 12명이 탈락할 상황에 놓였다.
삼성서울병원도 107명 모집에 121명이 몰려 14명이 떨어질 예정이고 세브란스병원은 정원 227명에 255명이 쏠려 30명 가량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됐다.
부산대병원 수련 담당자는 "의전원 전환을 시작할 때부터 나왔던 우려인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개선방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의전원들이 본교 출신 우대전형, 지역출신 우대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역별 의료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선의의 경쟁으로 수련환경 개선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김시오 교육수련부장(마취과)은 "지역 의전원에 서울권 학생들이 몰려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것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경북대 의전원 출신들이 전국에 퍼져 학교의 위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들만의 리그라는 순혈주의로는 발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며 "서울권 학생들이 유입되면 학생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고 이들이 서울로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련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할테니 긍정적인 면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