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저가구매인센티브)를 골자로 하는 새 약가제도 도입이 확정, 발표되면서 제약업계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해마다 약가인하조정이 유력시되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도입과 리베이트 2회 적발 의약품 급여삭제 등의 정부안은 가뜩이나 무거운 업계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할 전망이다.
▲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오는 10월 본격 시행…"유예기간 없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을 고시가보다 싸게 구매하면 차액의 70%를 돌려받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를 오는 10월부터 시행한다고 못박았다. 제도 도입 당위성으로 약제비 절감과 리베이트 근절을 내세웠다.
업계는 이에 대응해 성명 및 새 약가제도의 피해액 연구 결과 등을 발표하는 등 긴밀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외 제약사들의 모임인 한국제약협회와 다국적제약산업협회(KRPIA)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에 도입에 대해 "오히려 제약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리베이트 심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제약협회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재무적 피해액이 무려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고, 시행되더라도 1년의 유예기간(시범사업)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이에 임종규 복지부 의약품 가격 및 유통선진화 TF팀장은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특정 의약품이나 요양기관 등) 대상을 한정짓는다는 것인데 이러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우습게 된다"며 "현재로선 시범사업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 리베이트 2회 적발 의약품...급여 삭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와는 별도로 앞으로 리베이트 2회 적발된 의약품은 보험 급여가 삭제된다. 이는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20%까지 인하하고, 1년 내 한 번 더 걸리면 44%까지 깎는 현행 제도를 크게 강화한 것이다.
상위 A국내사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뿌리뽑아야 할 관행은 자명하지만, 너무 약값 갖고 장난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약값에 민감할 걸 알고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하니 정말 못살겠다"고 하소연했다.
중소 B국내사 관계자는 "급여 삭제는 사실상 품목 퇴출과 마찬가지"라며 "하룻밤 자고 나면 또 다른 약가인하 정책이 나오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당근은 적고 규제안만 잔뜩이다"고 토로했다.
▲ 주는자 받는자 처벌하는 쌍벌죄 가능한가?
복지부는 이날 주는 자 받는 자 모두 처벌받는 쌍벌죄 도입을 선언했지만, 업계는 믿지 않는 눈치다. 이 법안은 의료법과 약사법을 개정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얽힌 국회 내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7명이 보건의료인 출신이다. 한나라당은 안홍준·신상진(이상 의사), 원희목(약사), 윤석용(한의사), 이애주(간호사) 의원 등 5명, 민주당은 전현희(치과의사), 전혜숙(약사) 의원 등 2명이다.
쌍벌제 법안 발의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는 이유다.
C사 임원은 "정부가 쌍벌죄 도입, R&D 약가 인하 등을 후미에 내걸었지만, 기대하는 업체가 몇이나 되겠냐"며 "특히 쌍벌죄는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은 제약업계가 최종 약자다"고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