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대, 의전원을 졸업한 새내기 의사 3천여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 바람직한 의사의 모델은 무엇일까? 또 의료계 핵심 현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졸업시즌을 맞아 의대, 의전원 수석졸업자들의 향후 진로와 목표, 의료현안에 대한 견해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편) “환자 마음까지 살피는 의사 되겠다”
(2편) 선호하는 인턴 수련병원 지각 변동
(3편) 인기과 선호…연봉은 7천만원 이상
(4편) 새내기 의사들의 과제는 불신 극복
"환자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의사가 되고 싶다"
올해 의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업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의사들은 어떤 의사상을 꿈꾸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의대, 의전원 수석졸업자 35명에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물었을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경상의대를 수석 졸업한 오혜원 씨는 22일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아는 것이 많아도 차가운 의사에게 환자들은 아픈 몸 하나 기댈 곳을 찾지 못한다"며 "환자들은 그저 의사에게 의지하며 그들의 얼굴만 바라보고 그 표정에서, 말투에서 희비가 갈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면허는 진정한 의사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일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단 한순간도 환자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진정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화의대를 졸업한 김인영 씨는 "의사로서 가야할 길은 이미 수년전에 읊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담겨있다. 내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허락된 모든 여건과 세상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훗날 사회와 환자들에게 되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면서 의업을 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그들은 하나같이 '환자 우선'을 강조했다.
대구가톨릭의대를 1등으로 졸업한 김석준 씨. 그는 "존경하는 교수님을 보니 진료할 때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환자의 말을 들어줘다"며 "나 또한 환자 편에 서서 그들의 마음을 끝까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적인 의사가 되고 싶다"고 피력했다.
한양의대 김미미 씨 역시 "의학이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정작 환자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 같다"며 "환자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돌보는 따뜻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건양의대 수석졸업생인 이나현 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치료로 질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환자와 만나는 시간은 일생의 일부분이겠지만 그 짧은 시간을 통해 정신적으로 치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위해 학문에 집중하겠다는 새내기 의사들도 많았다. 결국 그런 노력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의대를 수석으로 나온 우성민 씨는 "의학이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질병도, 그 치료방법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아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대학에 남아 연구에 집중해 새로운 약제와 치료법을 찾아 이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충남의대 서영숙 씨는 의료기기 국산화에 관심이 높았다.
그는 "가능하다면 중소병원의 스텝으로 남아 진료와 더불어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 특히 임상에 필수적인 의료기기의 국산화와 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에 기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환자에게도, 동료에게도, 자신에게도 게으르지 않게 연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외국 저널에 논문도 많이 내고 나아가 그런 저널의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싶다." 가톨릭의대를 1등으로 졸업한 이현실 씨의 소망이다.
의료봉사에 뜻을 두고 있는 수석졸업생들도 적지 않았다. 당장 여건이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해외 의료취약지역을 찾아가 봉사를 하는 삶을 보내고 싶다는 희망이다.
중앙의대 박정규 수석졸업자는 "가능하다면 전공의 과정이 끝나는대로 의료취약지역에 가서 활동하고 싶다"며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만약 힘들다면 나이가 들기 전에 꼭 봉사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경북대 의전원을 수석졸업한 김보영 씨는 "의료인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의술로서 고마움을 환원하고 싶다"며 "해외 의료봉사를 나가고 싶지만 안된다면 지역사회 봉사에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주의대 정경욱 씨는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해 전세계의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관동의대 황재형 씨도 "아프리카 등 부족한 의료환경으로 고통받는 곳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강원의대 정호중 씨는 "전공의를 마치면서 잘 준비해 해외 오지에 병원을 짓고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희의대 송혜현 수석졸업자는 "능력이 된다면 내 이름으로 된 장학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뜻을 내비쳤다.
사회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해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다는 졸업자들도 있었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이현실 씨는 "의대 생활도, 의사 생활도 만만치 않게 빡빡한 삶이니만큼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며 "토미 엠마뉴엘같이 기타를 잘치고 싶은 것이 지금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부산대 의전원 오혜미 씨는 "의사로서의 성공과 명예보다 행복한 가정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행복한 가정을 이뤄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경희대 의전원 정미선 씨는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며 "욕심일지는 몰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바늘구멍 중의 바늘구멍이라는 의대, 의전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것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상당수 졸업생들은 기쁜 만큼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제주의대 수석졸업생인 이지현 씨는 "남달리 한 것도 없는데 수석졸업을 하게 돼 참 쑥스럽다"며 "남편과 부모님 등 가족들의 뒷바라지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전북의대 주요섭 씨는 "내가 과연 수석다운 실력을 가진 진정한 수석인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수석이라는 타이틀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동국의대 이지은 씨는 "그저 운이 좋아 수석졸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을뿐 다른 모든 의대 졸업생들과 같이 미숙한 새내기 의사"라면서 "다만 더욱 노력해서 모교에 부끄럽지 않을 의사가 돼야겠다는 의무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표현했다.
한림의대를 수석졸업한 양지훈 씨도 "대학을 졸업하면서 뿌듯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생겨 좋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수석졸업생으로 학교와 교수님들 이름에 먹칠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