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노인전문병원을 설립했다가 실패한 바 있는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이 성공비결을 소개했다. 돈을 쫒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은 9일 한국병원경영학회(회장 임배만) 춘계학술대회에서 ‘희연! 네 존재이유는 아는가?’란 주제로 병원경영 사례를 발표했다.
희연병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요양병원의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전문병원이라는 개념이 없던 1992년 당시 240병상 규모로 개원했다가 2년만에 완벽하게 실패하고, 약 60억 부도가 난 바 있지만 현재 법인자산 130억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실패해보니 결국 돈을 쫒아가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이후 노인의료의 정체성과 병원 운영 이념을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의료의 질 향상을 꾀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병원 경영의 5가지 포인트를 소개했다.
그 중 하나는 팀 어프로치다.
팀 어프로치란 의사를 중심으로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업무를 공유하고 협진을 통해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희연병원은 Nurse Station을 Service Station으로 바꾸고,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이 이 곳에서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하다보니 초창기에는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졌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팀 어프로치를 하려고 희연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의료진간 팀워크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시스템은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또 노인환자에 대한 신체구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도 희연병원의 특징이다.
그는 “억제대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를 구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간호사들이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억제대 사용자’를 ‘신체 구속자’로 용어를 바꾸고, 환자 인권유지를 위해 억제대 사용을 강하게 금지시켰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현재 입소노인 290명 중 2명에 대해서만 억제대를 사용하고 있으며, 의식이 없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환자 이외에는 신체구속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입소노인들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재활 의지를 살리기 위한 탈 기저귀 서비스도 신선한 시도다.
대부분의 요양병원들이 노인환자들에게 기저귀를 채우지만 김 이사장은 초창기 직원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의 배뇨시간을 2~3개월 체크한 뒤 자연배뇨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09년 43명에 대해 시행한 결과 23명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강케어서비스 역시 다른 요양병원에서는 잘 시행하지 않는 서비스다.
그는 “구강케어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는 스스로 음식물을 씹어 넘길 수 있도록 연하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가 먹어도 맛있는 식사 제공을 병원 경영 포인트의 하나로 꼽았다.
김 이사장은 “누구라도 맛있다는 감동을 느끼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제대로 된 영양섭취가 안되기 때문에 기본 영양기능 유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희연병원은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영양사가 Service Station에 근무하면서 다른 전문가들과 환자상태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선호하는 음식, 기피하는 음식 등을 파악해 맞춤 식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식사가 맛있다는 응답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노인병원에 있어 경영의 근본은 노인의료에 대한 진정성을 갖는 것과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고령자가 긴 인생을 살아가다 마지막 맺는 인연이 요양병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힘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