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수가가 원가의 30% 수준에 머물면서 거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담의사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서울아산병원 고윤석)는 23일 학회 창립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중환자실 실태조사 백서를 펴 냈다.
백서에 따르면 전국 86개 병원에 소속된 220개 중환자실 가운데 하루 8시간 이상 중환자실에만 근무하는 의사를 둔 기관이 156곳으로 70.9%였다.
하지만 156곳 가운데 5일 이상 전문의가 근무하는 것은 38곳으로 17%에 불과했고, 이는 86개 병원 중 22개(26%)에 그쳤다. 나머지 중환자실의 경우 대부분 전공의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 9개 병원의 성인 중환자실 17곳만 전담 전문의가 5일 이상 근무하고, 이중 70%가 서울에 집중해 있었다. 전담의사가 있다고 답한 전체 중환자실 중 인턴의사만 전담한다는 곳도 12개나 됐다.
중환자의학회는 “심평원은 2004년 성인 집중치료실의 원가 보전율이 51%라고 한 바 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현 수가는 원가 대비 약 30% 내외로 판단된다”면서 “싼 수가로 보험 재정은 아낄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부실로 중환자들의 생명은 아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중환자실 전담의사에 대한 가산료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중환자실 전담의사가 24시간 근무하면 환자당 1일 8461원이 가산된다.
따라서 10명이 입원한 중환자실에서 전담의사 1명이 24시간 일하면 8만4610원이 지급되는데 이는 일반 간호사 8시간 기준 임금보다 못한 금액이라는 게 중환자의학회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에서만 연간 1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환자의학회는 “부실한 중환자실 보험급여는 부실한 운영을 초래하고, 이는 치료성적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환자실의 원가를 산출해 적어도 원가라도 보존해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