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25일 얼마전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과한 리베이트 쌍벌제와 관련, "집행부는 필사적으로 저지하려 했으나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며 "앞으로 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막을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과 정치권의 정서나 인식의 경향으로 미루어 쉽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 회장은 이날 대한의사협회 제62차 정기대의원총회 인사말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의료계는 강제조제위임제도에 이어 또 한번의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 회장은 "이대로 간다면 자칫 의사들이 그간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공적으로 몰릴 우려도 있다"며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쌍벌제만 도입해서는 제도의 실효를 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약제비가 증가하는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협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수가협상에 따른 약제비 절감운동 중단과 의약분업 철폐운동 전개를 시사하는 발언도 했다.
경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우선은 약품비절감 노력이라는 정부와의 합의는 사실상 파기되었음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쌍벌제는 약품비 절감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나아가 의약분업 취지도 사라졌다"며 "따라서 의약분업의 철폐를 위한 수순을 밟아나가야 할 걸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좀 더 치열한 고민과 함께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회장은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비를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도 "회원님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함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가장 열정적으로 회무에 임해오셨고 집행부와 많은 의견을 교환하며 누구보다 집행부의 투명함을 잘 알고 사전에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계셨음은 물론 동의해주셨던 이원보 감사님께서 문제제기를 하셨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집행부가 공금을 횡령한 일은 결코 없으며, 이 문제에 대해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는 점은 회원님 앞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 회장은 "의사사회에서 더 이상의 갈등과 반목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한 뜻으로 결집되어야하며 그러지 않으면 의료계는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