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환자가 병원내 시설물에서 추락해 사망했다면 당연히 병원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돌발상황에 대비해 환자를 늘 예의주시해야 하는 의료진과 직원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만큼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수원지방법원 민사 7부는 최근 정신분열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병원을 연결하는 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이 병원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19일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 A씨는 지난 2002년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2009년까지 정신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어느날 다른 환자 10여명과 함께 병동 근처를 산책하다가 정신병동과 노인전문병원 사이에 있는 다리를 건너던 중 난간에 걸터앉았고 곧바로 아래로 추락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러나 결국 뇌출혈 및 뇌손상으로 사망했고 이에 유가족들은 병원이 환자와 시설물을 관리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환자가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아왔으므로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들은 늘 각종 돌발상황에 대비해 환자를 예의주시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병원은 이 환자를 다른 환자와 개방된 공간에 산책하게 하면서도 보호사 1명만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정신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시설물의 안전조치에 대해서도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한다"며 "그러나 정신병동 출입문 앞에 14m에 달하는 다리를 설치하면서도 높이가 0.95m밖에 되지 않는 철제난간만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즉, 정신분열증 환자를 신중히 살피지 았은 것도 문제지만, 정신병원에 성인 남성이라면 언제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다리를 만들고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것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측은 환자가 순간적으로 다리에서 뛰어내려 대응할 틈이 없었으며 다리 또한 현행법상 설치 및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추락방지 역할을 하는 난간은 성인 남성의 허리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에서 추락을 방지하기는 부족하다고 보인다"며 "따라서 이 사건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막지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못박았다.
다만 재판부는 "환자가 병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돌발적으로 다리로 다가가 뛰어내린 것이 사건 발생의 원인인 이상 이를 감안해야 한다"며 병원의 책임을 35%로 제한, 총 43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