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내 환자 성추행 사건, 불법 인공임신중절, 연명치료술 중단 등 의료윤리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 개원의가 (가칭)의료윤리연구회 발족을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명진 원장(명 이비인후과의원)으로 오는 20일 발기인모임을 갖고 내달 10일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일 연구회 발족 취지와 앞으로의 계획을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그는 먼저 최근 광주시에서 발생한 진료실 내 환자 성추행 사건을 지켜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앞서 의료윤리연구회가 있었다면 여러 의사들에게 의료윤리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 줘 이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얘기였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 윤리적으로 뛰어난 것은 없지만 최근 의료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건과 변화들을 지켜보면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쉽게 풀어서 배우고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의료윤리연구회 발족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사로서 알아야할 직업윤리나 의료윤리에 대해 구체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고민의 시작이었다.
그는 이어 “사실 의사로서 생명이나 의료윤리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환자 인격을 존중해 주는 등 의료윤리를 잘 지켜야 의사로서 존경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가 계획하는 의료윤리위원회의 핵심 사업은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의료윤리에 대한 강의를 듣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어떤 특정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할 수도 있고, 논의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 측에 정책제안도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강의는 의료윤리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는 각계각층(법조계, 정치계, 종교계 등) 여러 분야의 강사진 섭외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오프라인 상에서 교육하겠지만 보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위해 온라인 교육도 계획 중에 있다”며 “반응이 좋으면 의사협회 보수교육에도 의료윤리에 대한 교육과정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취지가 좋기 때문일까. 시도 의사회장, 개원의협의회장 등 의료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발기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재 발기인은 모두 개원의들로 구성돼 있으며 의료계에서 명성이 높은 분들이 참여의사를 밝혀줘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그만큼 의료윤리에 대한 논의의 장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원장은 앞서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