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병원이 지난 5일(어제) 개원기념일을 맞아 진땀을 뺐다.
개원기념일을 맞아 응급실 환자를 제외한 오후 진료 휴진을 했지만, 이를 모르고 찾아오는 환자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의전화로 골머리를 앓은 것.
병원 총무팀 관계자는 5일 "홈페이지에 오전 진료만 한다고 공지를 올렸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끊임없이 찾아오는 환자들과 문의 전화로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병원 로비에는 미처 사정을 알지 못하고 찾아 온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데스크 관계자들의 설명에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서는 이들이 많았고, 불만을 터트리는 이도 더러 있었다.
병원을 방문한 한 60대 여성은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인터넷을 활용해 홈페이지를 검색하고 병원 소식을 미리 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모처럼 시간을 냈는데 허무하다"고 아쉬워했다.
이후 방문한 많은 환자들도 몇 차례 진료 여부를 되물으며 발길을 돌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불만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병원측이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홈페이지에만 개원기념일 사실을 알려놓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자주 방문하는 환자에게 최소한 문자 한통이라도 보냈다면 헛수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남성은 이어 "하물며 역에서 마을버스나 택시를 타고 접근해야 하는 병원 위치 특성상 역 가까운 곳에 안내 푯말이라도 세워놨으면 택시비라도 날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책임하다"고 병원측 행정 방식을 꼬집었다.
하지만 개원기념일을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었다. 바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이날 병원 교수를 만난 국내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개원기념일에 오후 진료를 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덕분에 한 교수와는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소에는 눈도장만 찍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국내 모 제약사 영업사원도 "오늘 같은 날은 담당 교수를 여유롭게 만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라며 내심 기대했다.
실제 병원 곳곳에는 영업사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누구에게는 불편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기회가 됐던 K병원 개원기념일의 오후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