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이 제도 도입 5년만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의사양성학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자 26개 의전원 중 20곳 이상이 의대 복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 실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가져온 변화와 부작용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의사양성학제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존폐위기 의전원 의대 U턴 가속화
(중) 잃어버린 5년…거센 비난 목소리
(하) 거듭되는 시행착오 이제는 끝내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지 5년만에 의사양성학제에 또 다시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병행대학들은 이미 11개 의전원이 의대복귀를 확정했으며 완전전환 대학들도 대부분이 이에 동참하면서 학제의 중심축이 의전원에서 의대로 넘어가고 있다.
의전원, 의대 U턴 본격화…90%가 의대 체제로
메디칼타임즈가 12일 의전원으로 완전전환한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제 전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대학들이 의대복귀를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복귀를 사실상 확정지은 곳은 경북의전원과 충남의전원이다.
경북의전원과 충남의전원은 최근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사양성학제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 결과 70%가 넘는 교수들이 의대 복귀를 희망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밖에 다른 대학들도 의대 복귀에 무게를 두고 막바지 논의에 한창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두고봐야 한다며 외부에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차의전원은 수차례 전체 교수회의를 진행해 의대 복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수 자원을 확보하는데 의대가 유리하다는 교수들의 의견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제주의전원도 의대로 방향을 잡았지만 공식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며, 조선의전원과 전북의전원도 의대 복귀를 염두에 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경상의전원도 교수투표를 거쳐 학제를 개편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번 투표에서 이미 상당수 교수들이 복귀에 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사실상 U턴할 확률이 높다.
이렇듯 대다수 완전전환 의전원들이 의대 복귀를 가시화하면서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는 대학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완전전환 의학전문대학원 중 의전원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가진 곳은 가천의전원과 건국의전원 뿐.
지난달 병행 의전원 12곳 중 서울의전원 등 11곳이 의대 복귀를 확정짓고 동국의전원만이 의전원으로 잔류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의전원으로 남는 대학은 최대 3곳에 불과하다.
결국 41개 의과대학 중 단 3곳만이 의전원의 명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우수인재에 대한 갈망 의전원 포기로 이어져
그렇다면 왜 대다수 의전원들이 힘들게 전환한 학제를 포기하고 의대로 복귀하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수학능력시험 고득점자에 대한 교수들의 갈망이다. 타 대학보다 조금이라도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다는 열망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고지원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A대학 고위 보직자는 "의대가 우수자원을 모집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교수들의 확고한 믿음"이라며 "지난 5년간 그 믿음은 약해지긴 커녕 오히려 더 굳건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가톨릭의전원 조사결과 의대 시절 신입생의 수능성적 평균은 상위 0.3%였다. 하지만 의전원으로 전환하면서 등급이 10%대까지 내려갔다.
학부에서 다양한 지식을 배운 학생보다는 수학능력시험 고득점자가 우수하다고 믿는 교수들에게 이러한 격차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던 셈이다.
이에 맞서 교과부는 의전원 체제를 유도하기 위해 체제 정착금은 물론 MD-PhD 과정에 상당한 국고를 지원했지만 이러한 믿음을 허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의전원으로 남고 싶어하는 대학도 많지만 교수들의 반발에 못이겨 의대 복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수능 고득점자에 대한 교수들의 갈망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