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의료의 참모습은 찬란한 겉보기와는 달리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칼럼니스트로 의료 전반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논평을 했던 김진국 원장이 그간 한겨레신문, 영남일보, 녹색평론 등에 기고한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달 출간된<우리 시대의 몸·삶·죽음>은 한국 의료계 현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책이다. 김진국 원장은 책에서 3부에 걸쳐 한국 의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 있다.
그간 칼럼니스트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로 사회적인 발언을 종종 해왔던 그이지만 아직도 한국 의료 현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의료계 현실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는 한국 의료계 현실은 어떤 것일까.
"'양극화' 그 이상의 다른 표현은 찾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이 받는 의료서비스 수준이 양극화 돼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의사와 병원 역시 양극화 돼 있습니다."
그간 외형적으로는 팽창했지만 실상은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채 '양극화'의 병폐가 크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그런 병폐를 "한때 희소가치 때문에 엄청난 특권을 누렸던 의사들은 이제 공급과잉의 시대가 되어 최소한의 직업윤리 없이 생존을 위해 서로간의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최첨단 의료, 최신식 의료가 반드시 양질의 의료가 아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국민들이 언론에서 유포하는 최첨단 의료, 최신식 의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행태가 의료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정치적 무능력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최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약화되고 민간보험이 확대되면서, 의료가 완전히 시장원리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지도부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정부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자기 소임에 방관했다는 자기 반성적 성찰도 돋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이나 '의료시장 개방'과 같은 1차 의료기관의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들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때와는 달리 이런 정책에 저항하고 반대운동을 하는 단체는 의료계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거리의 촛불시위에 참여한 것도, 정부 정책에 대응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는 단체 또한 의료계가 아닌 시민단체들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의사들의 자기 반성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