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실상 우울증이 시작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유방암 진단 초기부터 정신과적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과 전덕인 교수는 ‘진단 초기 유방암 환자의 우울증상과 연관된 심리적, 생물학적 특성’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한국 유방암 환자의 치료 전 우울증상 양상과 암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다. 정신의학과 일반의학이 겹치는 주제를 다루는 권위있는 국제학술지인 ‘종합병원 정신의학지(General Hospital Psychiatry)’ 2010년 32호에 게재됐다.
전덕인 교수팀은 2006년 4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성심병원 유방내분비외과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대기중인 환자 61명에게 우울증상을 평가했다.
조사도구로는 ‘벡-우울척도(BDI)’와 ‘몽고메리아스버그우울증상평가척도(MADRS)’, ‘한국판 암 적응척도(KMAC)' 등이 사용됐다. 또 이들의 생물학적 변화를 보기 위해 덱사메타존억제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진단 초기 환자들이 암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움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불안해하는 등의 ‘암에 대한 적응력 저하’는 ‘우울증상’과 밀접한 연관성(0.477, p<0.001)이 있었으며, 치료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와도 관계가 깊었다.(0.364, p=0.009).
이는 ‘스피어맨의 p계수’를 활용해 분석한 것으로 ‘p값이 0.05 이하’면 두 군 간에 의미 있는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 통계 분석이다.
전덕인 교수는 “이 연구는 정신적인 변화가 진단 초기부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로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 시행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우울증은 환자의 투병의지를 약화시키고, 그 자체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의 경과와 치료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으므로 치료과정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 교수는 “환자가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두려움, 막막함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과적 치료가 초기부터 병행될 필요가 있고, 가족들 역시 이 사실을 염두하고 초기부터 정신적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