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이 환자라면 기저귀를 채우고, 침대 옆에서 대소변을 가리게 하고, 손을 묶어두시겠습니까?"
국내 대표적인 요양병원으로 꼽히는 희연병원(이사장 김덕진)의 '3무운동'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희연병원 김외숙 간호팀장은 17일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추계세미나에서 <인간 존엄성 실현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주제로 노인환자 서비스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김 팀장은 "편마비가 온 뇌경색 환자를 누군가 도와주면 직접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볼 수 있지만 보호사들은 그렇게 하면 피곤하니까 그냥 편하게 기저귀를 채운다"면서 "하지만 배변과 배뇨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노인환자들은 자존감을 상실하고, 좌절과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환기시켰다.
그래서 희연병원이 2008년 3월부터 시작한 게 탈기저귀운동이다.
이를 위해 희연병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 전직종이 모여 배뇨, 배변 관리가 가능한 환자들을 선정하고, 환자와 보호사를 교육해 직접 화장실에 가도록 유도해 나갔다.
그 결과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던 46명 가운데 24명이 화장실에 가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기저귀를 차지 않게 된 노인들이 느끼는 기쁨과 자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식사도 더 잘하게 되고, ADL(일상생활능력) 향상, 우울감 해소 등의 효과도 나타났다"면서 "누군가 독립적인 배뇨, 배변을 하도록 도와주면 노인들은 마지막까지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탈기저귀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의지, 보호사와의 라포르 형성, 배뇨시간 파악, 약물과 복지의 조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희연병원은 대부분의 요양병원이 병실에 갖추고 있는 간이변기도 모두 치웠다.
김 팀장은 "병실에서 식사를 하게 하고, 간이변기에서 대소변을 보도록 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병실 간이변기를 없애는 것 역시 환자와 보호사로부터 반발을 샀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직접 화장실을 가게 한 후 ADL이 향상되고, 낙상 사고도 그만큼 감소했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희연병원은 신체구속자가 전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김 팀장은 "누구를 위한 신체 강박이냐"면서 "우리의 부모가 입원해 있다면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손을 묶어 놓으면 직원들은 편할 수 있고, 신체 강박을 금지하자 간호사, 보호사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이제 희연병원에서 신체구속자는 단 한명도 없다"고 소개했다.
희연병원이 이같은 3무운동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팀 어프로치를 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매일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가 모두 모여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그게 맞는 치료와 식단 등을 협의한다"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희연병원은 환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씹고 삼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강 케어를 실시하고 있으며, 영양사가 매일 병실을 라운딩하면서 환자의 식습관을 파악해 개별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김 팀장은 "환자들에게 맛있다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해야 치료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이렇게 하다보니 식사가 맛있어서 퇴원하지 않겠다는 환자까지 있을 정도"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은 '우리는 어르신들의 잔존 능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란 표어가 걸린 치료실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