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과실로 인해 일정 부분 부작용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상급병실료나 치료 후 복용한 한약값 등은 손해배상금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환자 자신이 원해 상급병실에 입원했다면 이는 의사의 과실과는 별개 문제이므로 당연히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의료과실을 이유로 1, 2심에서 패소한 의사가 상급 병실료와 한약값까지 손해배상금액에 포함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29일 판결문을 통해 "환자가 일반 병실에 입원하지 않고 상급 병실에 입원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라며 "일반 병실이 없어 부득이 상급 병실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거나 상급 병실에서만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는 의료과실과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즉, 자신의 선택으로 상급 병실에 입원해 병원비가 부과된 것까지 의료과실을 이유로 배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복용한 한약값도 같은 이유로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금액은 의료과실과 연관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청구가 가능한 것"이라며 "병원에서 퇴원하고 복용한 한약이 의료과실로 인해 발생한 방광염과 상관없는 보약이라는 점에서 의사가 이를 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상급 병실료와 한약값을 모두 배상하도록 주문한 원심은 당연히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 재판부는 병원비에 포함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봤어야 했고 한약값 등도 의료 과실과의 상관 관계를 좀더 고민해 판단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러한 것을 검토하지 않은 판결은 법리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