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건강보험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파산 우려가 있을 정도의 과징금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부장판사 성지용)는 지방의 J병원 S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과징금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최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S원장은 2003년 5월 복지부로부터 3개월 업무정지처분을 받았다.
복지부는 S원장이 업무정지 기간에는 요양급여를 행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원외처방전을 발행, 총 9천여만원의 공단 부담금이 발생한 사실을 적발하고 부당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4억 7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원장은 과거 업무정지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업무정지처분 효력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요양기관 업무를 재개했다.
S원장은 1심에서 패소하자 변호사에게 다시 요양기관 업무를 정지해야 하는지 문의한 결과 업무정지처분 기간이 이미 도과해 복지부가 새로운 처분을 할 때까지 진료를 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아 요양기관 업무를 계속했다.
S원장은 심평원으로부터 요양급여가 지급불능됐다는 통보를 받자 업무를 다시 중단했다.
이에 대해 S원장은 “요양급여를 청구했을 때 심평원이 빨리 지급불능 통보를 했더라면 즉시 업무를 정지했을 것”이라면서 “심평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후 3개월 뒤에야 이런 사실을 통보해 부당하게 과도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S원장은 “업무정지기간 중 진료를 했지만 고의가 없었고, 과징금 처분 액수가 병원의 규모에 비해 현저하게 과다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업무정지기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지만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방법으로 복지부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 행정소송 과정에서 변호사의 잘못된 조언과 이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심평원이 원고가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심사 당시 곧바로 지급불능 사실을 통보했다면 원고로서도 즉시 부당한 요양급여 및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중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가 심사기준을 초과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모두 부당이득으로 징수됐고, 병원의 규모나 소득, 경영상태 등에 비춰 이 사건 처분으로 부과된 과징금을 전부 납부할 경우 파산할 우려가 있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 사건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부당금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은 복지부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일탈했거나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하다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