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주무국장의 입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해 내년 초부터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건강보험정책국 고경석 국장의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보험자와 가입자, 공급자를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에 보험재정 차입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협의체 구성이 어렵다면 정부가 주도해서라도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지불제도 개편 필요성은 보험자와 가입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총액계약제가 있다. 의료계는 총액계약제를 비롯한 지불제도 개선 논의에 강력 저항할 태세다. 복지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현 건강보험 재정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에만 1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고 갈수록 적자 폭은 커져 2030년에는 적자 66조 원을 예고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보장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로 꼽힌다.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복지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우리만 쥐어짠다'는 피해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와 사전 합의 없는 지불제도 논의는 파국을 불러올 게 뻔하다.
정부가 지불제도 개선을 논의하려면 최우선적으로 1차의료를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1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의료체계의 체질 개선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나치게 높은 약국 조제료를 현실에 맞게 손질하고 제네릭 약값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차지하는 약제비 비중을 낮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불제도 개선 논의는 그 다음 문제다. 의료계가 지불제도 개선 논의에 반대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는 지불제도 개선 논의에 앞서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