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안전하고 확실하게 금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년부터 담뱃값 인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회적으로도 금연 기업문화도 조성되고 있어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금연클리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 기획으로 금연클리닉 전문의를 찾아 성공 운영 노하우와 개업에 도전하는 전문의를 위한 조언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모든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
서울아산병원에 금연클리닉이 생긴 것은 지난 1996년. 현재까지 10여년 넘게 클리닉을 이끌어온 터줏대감은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다.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궁금했던 것은 금연 클리닉을 현재까지 운영해 온 추진력의 비결이다.
"1996년도 클리닉을 오픈했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호흡기내과 내에 설치된 금연클리닉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 제안은 호흡기 내과에서 폐 질환 환자들을 위한 금연치료 서비스를 착안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흡연을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었고, 금연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 끊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던 때라 환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두 명의 호흡기내과 교수와 가정의학과 교수 두 명으로 시작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서 가정의학과가 중심이 되어 금연 클리닉을 운영되게 됐다.
"금연은 모든 건강의 기초가 됩니다. 금연클리닉도 단지 금연을 위한 치료가 아닌 환자의 건강이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에 환자가 없다고 포기할 수 없어 클리닉 운영을 고집했었죠." 그는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읽게 됐다고 말했다.
운영 초기 시행착오는 클리닉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건강검진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모든 건강의 기초가 금연임을 강조하여 환자들의 금연 상담을 유도하였고, 타 진료과에서도 금연이 절실히 필요한 심근경색,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들을 금연클리닉 상담으로 유입시켜 주었다. 또 2000년 당시 인기 건강 TV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금연전문의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환자들의 방문이 증가하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사실은 제가 외래 보는 곳은 어디나 금연클리닉입니다. 어떤 환자이든지 관계없이 흡연하고 있으면 바로 금연을 홍보하고 강조합니다. 그 중에 상담이 길어질 것 같은 사람은 금연클리닉으로 옮겨서 진료를 하곤 하죠."
이러한 선우성 교수의 노력으로 환자는 계속 증가해 올해 연말까지 약 200여명 이상이 클리닉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한 홍보 없이, 금연에 성공한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오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금연클리닉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오는 환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금연클리닉이 아주 특별한 기술적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니지만,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금연 의지를 북돋아 주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제안해 감성과 기술이 조화된 치료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골초 금연 성공 사례, 클리닉 운영 큰 자산"
선우성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고등학교부터 담배를 피운 베테랑 '골초'였다. 그도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담배를 끊었다. 이런 경험이 환자를 상담하며 큰 도움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저 역시 10여년 넘게 담배를 폈기 때문에 금연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압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저의 경험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금연 의지를 북돋아 줍니다. 한 환자는 이런 고충을 이해해 주는 저에게 눈물을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흡연자의 고충을 듣고 이해해주는 교감도 금연을 돕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조언이다.
머리속 지식으로만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이성'식 접근은 오히려 클리닉을 찾은 흡연자에게 거부감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인 셈.
금연은 의지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면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약물 치료 병행해야 큰 효과"
선우성 교수는 금연이 의지의 문제만은 아닌 니코틴 중독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담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바레니클린을 사용한 약물요법은 현재 금연치료를 목표로 개발된 유일한 약으로 금연 성공률이 가장 높습니다. 금연클리닉을 찾아오시는 분들은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 주변의 금연성공자의 추천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바레니클린 처방을 먼저 요구하는 환자들도 점차 증가 하고 있습니다."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의 30% 정도가 바레니클린을 먼저 찾을 정도로 금연이 치료 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임상 결과도 40% 가까이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안전과 효과를 고려한 선택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연 성공률 높이기 위한 조언은"
선우성 교수는 금연클리닉을 '수익'에 초점을 맞출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금연클리닉은 환자들에게 강조해야 할 기본적인 건강 관리의 관점에서 광범위하게 접근하려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금연이 시작된 후 몇 일간 금단 증상을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가족과 주변의 격려입니다. 금연에 실패했다고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리면, 그 사람은 자포자기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금연 중에 하루 담배를 피더라도, 실패로 간주하고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안됩니다. 그 하루를 탓하기 보다 지켜온 나머지 날을 칭찬해 주고, 잠깐 쉬어가는 하루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심삼일을 석 달 간 꾸준히 하더라도 금연에 성공만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선우성 교수의 해법은 5A법. Ask, Assess, Advice, Assist, Arrage의 5단계로 환자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환자의 고충을 이해할 것. 이성으로 접근하지 말고 감성으로 접근할 것. 그리고 늘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담감을 주면 환자가 금연에 실패했을 때 실패에 따른 부담감과 자책감으로 클리닉을 찾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가 같이 윈윈하기 위해서는 금연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금연 실패에 대한 부담을 못 느끼도록 하는 방안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단 하루의 금연도 칭찬을 해야만 환자도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로 상담을 받으며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는 조언이다.
또 약물 치료를 병행할 경우에는 3개월까지 꾸준히 복용해야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만큼 환자의 지속적인 약 복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교도소에 복역할 때 조차 불법적으로 담배를 구해 필 정도로 골초였던 환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며칠 금연하시더니, 나오시지 않아서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심장발작으로 입원하신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죠. 왜 그때 좀더 적극적으로 금연 하도록 권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현재 약물 치료 가격이 의료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저소득층 흡연환자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평생 담뱃값과 비교해서 설명 드리긴 하지만, 앞으로 금연이 꼭 필요한 질환이 있는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보험적용을 통해 혜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협심증, 뇌졸중, 당뇨병이 있으신 분들부터 우선적으로 적용하였으면 합니다"고 금연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