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공보의 A씨는 얼마 전 찾아온 환자의 무리한 무료진료 요구에 당황스러웠다. 환자는 심각한 증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물리치료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엑스레이 촬영 등 검사를 해볼 것을 권했지만 환자는 이를 극구 거부했다.
23일 일부 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들이 환자들의 무리한 진료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소 및 보건지소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한다는 점을 이용해 필요 이상의 진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감기나 관절염 등을 호소하는 노인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늘었다.
무조건 환자의 요구를 거부하자니 민원이 발생하고, 환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자니 심평원의 삭감조치가 우려된다는 게 공중보건의사들의 설명이다.
더 문제는 이들 보건소 및 보건지소 인근에 민간 병의원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보건소의 무료진료를 찾다보니 보건소와 민간 병·의원의 경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앞서 의료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개선하기는커녕 각 보건소 별로 일반진료를 확대하면서 의료계와 경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중보건의사 A씨는 “나 또한 몇 년후 개원의가 될텐데 현재 보건소와 민간 병·의원이 경쟁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고 했다.
또 다른 공중보건의사는 “간혹 고급 승용차를 몰고 와서 진료를 받는 환자를 볼 때면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일부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을 무시하고 장기처방을 해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올해 필수예방접종 예산이 통과됐다면 그나마 필수예방접종 사업의 상당수가 민간 병·의원으로 옮겨 갔을텐데 아쉽다”면서 “보건소 및 보건지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보건소의 일반진료 활성화로 민간 병·의원과 진료가 겹쳐지는 게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