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이식에는 숙련도와 속도 모두 중요합니다. 이 둘이 조화를 이뤄야만 환자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연세모발이식센터 김대용 원장이 성형외과에서 모발이식으로 '전업'을 감행한지는 불과 10년. 짧은 기간이지만 김 원장은 모발이식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유명 인사'가 됐다.
2009년 미국 모발이식 교과서 개정판 '흉없는 모발이식수술(Trichophytic Closure)' 저자로 선정된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인도모발이식학회에 초청 연자로 참석, 수술방법과 수술 과정을 소개했다.
한편 지난 해 5월에는 이탈리아 국제모발학회에서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불과 10년새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셈. 어떻게 생소한 분야에서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사람들은 모발 이식을 쉽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수술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고들지 않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국내에서는 의학적 접근이 미진한 부분이 있고 해서 개척할 부분도 많이 남아 있는게 바로 모발이식입니다. 공부하는 자세로 파고 들어야 합니다."
김 원장이 미용 성형을 그만두고 처음 모발이식에 발을 담그게 됐을 때는 서툰데다 보람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단순 노동'에 가까운 모발이식 시술이 그를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내를 갖고 모발이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이 모발이식을 처음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에 알려진 모발이식 기술들이 한계가 분명해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흉터없는 모발이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수술 장비를 개선할 수는 없을까, 모발이식 속도를 높일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들이 김 원장을 채찍질하기 시작한 것.
그렇게 모발이식에 매달린 끝에 나온 것이 기존 모발이식보다 3배 빠른 모낭단위 모발이식 수술 방법이다. 세계 최초로 1시간에 3천모를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 미국모발이식학회 학술지 FORUM에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7배 배율의 광학 현미경을 개선해 20배율의 고성능 디지털 현미경도 개발했다. 또 흉터없는 모발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면도칼도 개발했다.
독점적으로 공유할 수도 있었지만 위 개발품들은 학회나 논문을 통해 모두 공개한 것들이다.
"기술 개발로 제 자신을 트레이닝하겠다는 일념도 있었지만 국내에 모발이식 기술을 보급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제 학술대회에서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면서 새로 개발한 기술들을 공유하고자 했죠."
김 원장의 명성은 해외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2005년엔 일본 NidoClinic에서 연수단을 파견해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모낭단위이식을 배워가기도 했다.
한편 김 원장은 이런 기술들 외에 비장의 무기는 사실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바로 직원들과의 '앙상블'이다.
간호조무사 등 모발이식을 돕는 직원들은 대부분 연차가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들. 14년을 같이 일한 직원도 있다.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는 사이라는 것이다.
특히 모발이식에서는 식모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장과 직원과의 오랜 경험 공유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의과대학에 모발이식 강연을 하러 다니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마지막 포부를 이렇게 덧붙였다.
"백마디 말보다 결과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모발이식을 받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의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