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를 활성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했다. 하지만 그 실현방안을 두고는 각각의 입장이 달라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은 현 상황을 반영했다.
28일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건보공단 86차 금요조찬세미나에서는 주치의제, 약제비 종별 본인부담률 차등제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의협 송우철 기획이사는 주치의제는 일종의 '구호'라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치의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보장성이나 보험료가 나아지지도 않을 뿐더러 예측이 가능한 보험재정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송 이사는 "전문의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주치의제의 구체적 실행방안은 만들기 쉽지 않다"면서 "주치의제를 하려면 의사 수급 조절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노총 김경자 사회공공성 위원장은 "주치의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만성질환관리료가 효과가 미미한 것 같이 주치의제 역시 질환별로 해서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인구 대상으로 주치의제를 도입하되, 개별 환자별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련의 과정 개편, 의사 수급체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톨릭의대 이재호 교수는 적극적인 주치의제 도입을 주장했다. 주치의제 등을 통해 일차의료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일차의료 의사에 대한 경제적 지위가 높다며 주치의제 도입에 대한 의사의 선입견과 피해의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안소영 이사는 일차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단의 역할은 상담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공단이 건강검진 자료와 급여비를 분석한 결과를 일차의료기관에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정심에서 논의 중인 외래약제비를 종별로 질환(경증/중증)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차등적용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경자 위원장은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 방안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식을 의료소비형태에만 집착한 접근방식"이라면서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통한 접근방식은 논의에 비해 구체적인 제도개선방안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원 병상 규모를 줄이고 2, 3차병원의 외래는 일차 의료로 유도하며 지역병상 총량제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협회 장호근 보험이사는 "다빈도 상병 50개를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점유율이 1.9%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질환명에 따라 경증 중증을 나누는 방식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소영 이사는 외래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정책을 재정절감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처방기간, 상급종합병원 100% 본인부담 환자의 급여환자 전환 등을 고려하면 재정절감측면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