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한의사들이 살길 모색에 나섰다.
수익창출을 위한 진료영역 확장은 물론이고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는 등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어 주목된다.
“공공의료에 한방진료 영역 확대”
한의계는 한의과대학을 졸업해도 당장 갈 곳이 없는 한의사들의 취업문을 열어주고자 진료영역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한의사협회는 국립재활원에 한방진료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한의사 2명의 일자리를 확보했다.
앞으로 한방진료를 원하는 환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한의사 채용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의협은 이를 시작으로 보훈병원, 경찰병원 등 국립병원에 한의사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복지부에서 검토 중인 한의사의 보건소장직 임용 확대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한의협은 보건소장직 임용 기준에 한의사를 포함할 것을 거듭 주장해 왔다.
한의계는 보건소장직 또한 치열한 개원시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방진료 보험 확대로 환자 접근 높인다”
또한 한방진료의 급여화는 최근 한의계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외래본인부담률 조정안은 한의원의 노인환자 증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 동일한 진료를 받더라도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자 한의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한의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한의사들은 한약제, 엑기스제 등 한약 외 약침, 추나 등 각종 진료행위까지도 급여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A한의원 이모 원장은 “보험진료가 많으면 확실히 한의원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방의 보험화는 도산 위기에 놓은 한의사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실추된 한방 이미지 제고”
한의계는 땅에 떨어진 한약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한방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자 한의사 한명 한명이 홍보대사가 되어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금연침 사업이 바로 그것. 한의사들은 해당 학교에 직접 방문해 흡연 학생들에게 금연침을 시술하고 의료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의협은 ‘1학교 1한의원 맺기’사업을 통해 ‘학교 보건의’로서 한의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금연침 사업 등 국민들과 직접 만나는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한방 진료를 홍보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한의사의 진료 분야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협 김정곤 회장은 “최대 과제는 한의원의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사업 방향이 이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방진료의 급여화는 한의계의 미래를 생각할 때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압박하는 한의계 돌파구 찾기
이 같은 한의계의 움직임은 의료계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제한된 의료시장에 내에서 한방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다른 분야의 비중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한방진료의 급여화가 늘어나는 만큼 다른 분야는 줄여야 하는 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다.
한 개원의는 “우리나라의 보험체계나 의료구조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면서 “경영 위기에 놓인 한의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할수록 의료계는 더욱 위기의식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문정림 대변인은 “의료일원화라는 중장기적인 과제를 앞두고 각자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찾고 본연의 전문 분야에서 활동 해야한다”면서 “상호 투쟁적인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