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도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최저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약정을 했다면 이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최근 도매상이 약국에 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을 계약서에 약정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동아제약의 상고심에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9일 판결문을 통해 "현재 공정거래법 29조에 따르면 도매 계약시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동아제약이 도매상과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재판매 가격을 지정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은 본사가 일반 대중매체에 대한 광고 선전비를 부담할 뿐 아니라 판매 수수료 형식으로 매출의 15%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계약은 위탁 판매라고 주장했다.
위탁 판매는 공정거래법상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행정처분이 잘못됐다는 것.
하지만 재판부는 동아제약과 도매상간 관계를 위탁판매로 보기는 힘들다는 결론 내렸다.
우선 동아제약이 광고 선전비를 부담하기는 하지만 도매상이 거래처에 대한 기획판촉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15%의 판매 수수료는 일반적인 도매 거래의 판매 마진이 변형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이유는 모두 사업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동아제약이 주장한 위탁 판매 계약에 대한 부분은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상고 이유로 주장하는 재판매 가격 유지 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를 위법행위로 판단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동아제약은 도매상 3곳과 의약품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박카스를 약국에 재판매 하는 가격을 330원으로 지정하고 이 이하로 판매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