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가 이번 주 전임 의장단과 상견례를 개최한다는 계획이서 최근 불거진 대의원회 의장 선거 무효 논란에 대한 '묘수' 찾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형식은 전-현직 의장이 만나는 상견례에 불과하지만 이미 전직 의장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장차가 존재하는 만큼 운영위 규정 관련 언급이 화두가 될 것이라는 것.
최근 개최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개정된 운영위 규정의 유·무효 여부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면서 대의원회가 전임 의장단에 SOS를 보냈다는 말까지 거론되고 있다.
24일 대의원회 일부 운영위원들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후 회의를 개최하고 의장 선거 무효 논란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결론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 등에 따르면 이날 운영위는 운영위 개정 규정의 유, 무효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총회 미보고와 상임위 의결 절차를 이유로 해당 규정을 무효로 선언하기엔 2002년부터 누적되온 개정 규정들도 절차적 하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효로 선언하면 변영우 전 의장이 "연장자가 당선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3차 투표를 진행한 것이 돼 어떤 결론을 내리든 대의원회는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 참석자는 "임수흠 의장은 의협의 법률자문 결과를 토대로 규정이 무효라는 쪽을 강조했다"며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론을 내리거나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밝힌 대로 무효 선언은 대의원회가 노환규 전 회장의 불신임에 근거로 사용한 운영 규정을 포함, 의장이 주재한 모든 선출직의 선출과 안건들의 의결마저도 부정해야 하는 자기 모순을 뜻하게 된다.
메디칼타임즈는 대의원회가 임수흠 의장의 직인으로 지난 5월 보낸 운영위 개정 규정 공고 공문을 입수했다. 임 의장 역시 총회 보고, 상임위 의결 절차없이 의협과 시도의사회에 공문을 보내 개정 규정 공고한 만큼 현 대의원회로서는 섣불리 무효 선언을 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2000년대부터 의협 회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사는 "지금까지 운영위 규정을 상임위에서 의결하거나 총회에 보고한 것을 본적이 없다"며 "대의원회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02년부터 회무의 근간이 된 운영위 규정 모두를 부정하기에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눈치게임하는 대의원회…전임 의장단에 SOS?
한편 대의원회는 이번 주 전임 의장단과 서울 모처에서 상견례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 소집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마저 공회전을 하자 전-현직 의장단 상견례가 묘수 찾기를 위한 자리가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모 전 의장은 "최근 의장 선거 무효 논란을 들어 알고 있다"며 "이번 상견례가 의제를 정해둔 만남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운영위 규정과 관련된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상견례를 통해서도 결론 도출은 어렵다는 게 중론. 전임 의장 사이에서도 여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 전 의장은 "정기총회 보고 미비를 이유로 운영위 규정을 무효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보고는 결코 의무 조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영위 규정을 총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 미보고시 무효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며 "이건 그저 운영위의 직무태만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행부에서 만든 규정도 대의원회에 보고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립성이 있다"며 "보고라는 의미는 개정 내용을 대의원들에게 알려주라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모 전 의장은 "정관에 의장 선거는 회칙에서 정한다고 돼 있다"며 "회칙에 보면 1차 투표 후 과반수 득표가 없으면 2차 투표부터 다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영위가 연장자 당선 규정을 만들었지만 이를 운영위 규정에서 다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관이 상위법이고 규정은 하위법이기 때문에 정관을 헌법으로 보면 규정은 그저 장관 고시와 같은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관과 규정이 충돌하면 하위법에 해당하는 운영위 규정이 무효가 된다"며 "만일 의장 선거와 관련된 규정을 운영위가 만들었다면 쓸데 없는 짓을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말그대로 운영위 규정은 대의원회 운영에 대한 규정이지 선거에 대한 것을 정할 수 없다"며 "규정이 정관과 어긋나면 규정이 무효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들이 모두 침묵을 선택하면서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변영우 전 의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은 혼란을 부추기지 말고 사과든, 해명이든 공식석상에 나와 밝혀야 한다"며 "현재 임수흠 의장과 이창 전 후보가 가장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영우 전 의장이 사과 대신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마치 수 년 간 의사 회무에 토대가 된 여러 제 규정마저 부정해야 하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진실한 사과가 중요한지, 아니면 과거 대의원회의 모든 회무를 부정하는 게 중요한지 정확히 판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37대 집행부 임원은 "과거 정관과 운영위 규정이 충돌하는 부분을 손질하려고 시도했다"며 "하지만 당시 운영위는 왜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냐는 식으로 반발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제와서 상임위 의결이 없어서 무효라고 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