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특정 정당에 입후보하면서 겸직 금지 위반과 대국회 업무를 위태롭게 했다는 의협 측의 '해임 사유'는 사실일까.
의협 집행부와 강 전 부회장이 해임의 부적격성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해임 사유를 정면 반박하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의협은 강청희 전 부회장의 특정 정당 비례대표로 입후보해 해임했다는 입장이지만 강 전 부회장 측은 정당 후보 지원이 추무진 회장의 추진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밝혀 해임의 적법성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열렸다.
28일 서부지방법원은 강청희 전 부회장이 제기한 김록권 상근부회장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에 따른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의협이 법원 제출용 답변서를 분석한 결과 강청희 전 부회장의 해임 사유에 대한 여러 조항들이 발견됐다.
해임 사유는 크게 ▲겸직 금지 위반 ▲회장 보좌 태만 ▲시도의사회의 요청 등이다.
먼저 의협은 답변서를 통해 부회장의 교체 경위를 밝혔다.
의협은 "강청희 전 부회장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했다"며 "이런 정치적 선택은 협회의 목적인 '사회복지와 국민건강 증진 및 복지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도의 양양, 의학·의술의 발전 보급, 의권 및 회원 권익 옹호와 회원 상호간의 친목'에 반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관과 부회장 등의 업무분담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상근부회장은 회장을 보좌해 통상업무를 집행하고 임원들이 요청하는 사항을 관장하되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며 "따라서 상근부회장의 지위에 있는 자는 그 지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에 비례대표로 입후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상근부회장을 특별히 두고 있는 이유는 상근부회장으로 하여금 회장을 보좌해 회장이 지시하는 통상업무를 집행하면서 임원들이 요청하는 각종 업무를 관장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게 협회의 판단.
의협은 "당연히 상근부회장은 회장이 지시하는 통상업무를 넘어서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강 전 부회장이 대관업무를 함께 수행해 왔기 때문에 어떤 지위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덕목이다"고 말했다.
의협은 "상근 부회장이 특정 정당에 경도되면 협회가 특정 정파나 정당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줘 회원들의 권익 옹호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특정 정당 입후보로 협회의 집행부나 회원들 사이에서 많은 갈등과 논란을 야기했다"고 해임 사유를 명시했다.
광역시도의사회 협의회의 집행부 전원 일괄 사의 촉구 공문 역시 한몫했다는 답변이 나왔다.
추무진 회장이 강청희 상근부회장에게 해임 통보 공문 이외에 발송한 이메일에도 저간의 사정이 읽힌다.
의협은 "강 전 부회장만 유일하게 사임하지 않아 공문으로 해임 통보를 했다"며 "회장은 이와 별도의 이메일을 발송해 그 취지를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그 내용은 회장 보좌의무를 경시해 회무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협회 단결을 해쳐 협회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며 "해임 결정을 혜량해 줄 것을 진심으로 당부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겸직 금지 위반 어불성설…"정당 입후보, 추 회장이 추진"
반면 강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비례대표 진출이 협회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주장하고 나섰다.
변호인은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지원을 하게 된 것은 의협 추무진 회장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추진한 일이었다"며 " 2015년 12월 24일 추무진 회장과 함께 야당의 김용익 의원을 병문안한 자리에서 추 회장은 김 의원에게 강청희 부회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적극 추천하고 그에 대한 지원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올해 3월 2일 의협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간담회를 할 때 타 보건의료단체장들이 있는 자리에서 추무진 회장은 김종인 대표에게 역시 강 부회장을 적극 추천하면서 지원요청도 했다"며 "여러 기사에 의하면 추무진 회장은 비례대표 진출의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청희 전 부회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입후보 한 사실이 없고, 협회 차원에서 필요에 의하여 비례대표 후보지원을 추진했다는 것.
변호인은 "그런 까닭에 협회는 채권자가 현직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 가능한지 여부를 중앙선관위에 문의해 회신을 받기도 했다"며 "비례대표 후보지원은 당초 협회 회장의 적극적인 추천 등 협회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어서, 협회의 겸직금지의무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임 과정의 적법 절차 위반도 거론됐다.
변호인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임원진 일괄사임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회장이 일방적으로 상근부회장을 해임통보 할 수는 없다"며 "상근부회장은 협회의 정관 상 그 신분이 강력하게 보장되는 자리로서, 불신임 사유가 없는 한 마음대로 불신임 결의를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단지 사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4월 18일 회장 직권으로 부회장을 해임통보하고, 바로 다음 날인 김록권을 상근부회장으로 임명했다"며 "24일 개최된 대한의사협회의 대의원총회에서 김록권 상근부회장 인준결의안을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의협의 해임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뤄진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며 "즉 의협이 4월 18일 해임통보를 했다 해도 이는 정관에 근거한 것이 아니어서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근거없이 진행된 해임은 무효기 때문에 강청희 부회장이 여전히 상근부회장으로 존재하는 상태였고, 이 상황에서 김록권 상근부회장을 임명하는 것은 상근부회장을 1명만 두게 돼 있는 협회 정관 규정에 위반된다는 게 변호인 측의 판단.
즉 의협이 상근부회장을 다시 선출하기 위해서는 정관의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불신임결의 등을 통해 상근부회장을 물러나게 한 다음, 그 때 비로소 상근부회장을 임명하고 대의원총회의 인준을 받도록 해야 하는 설명이다.
변호인 측은 "김록권 상근부회장 임명 및 대의원총회에서의 인준절차는 무효라는 점에서 상근부회장 지위에 있을 수 없다"며 "이에 상근부회장직 인준 결의가 무효임을 이유로, 김록권 부회장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