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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한달…의료·제약 현장 '적응 중 이상무'

발행날짜: 2016-10-28 05:00:59

병원 "감사선물 거절 문화 정착"…영업사원 "청바지 입고 연구실 방문"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행 한 달 동안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은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각자의 방법'으로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김영란법으로 변화된 모습은 무엇일까.

권익위원회 김영란 전 위원장<사진출처:권익위원회 홈페이지>
28일 국립대·사립대 의과대학 및 병원 종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환자들의 감사선물 거절 문화 정착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변화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신고사례가 학생이 교수에게 준 '캔커피' 신고이다 보니 혹여나 '시범 케이스'가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은 선물부터 '떡이나 케익' 등 음식까지 모두 거절하는 것이다.

A국립대병원 종사자는 "김영란법 첫 신고대상이 학생이 교수에게 준 캔커피다 보니 작은 음료수조차 받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선물도 일체 거절한다"며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모든 선물을 받지 않다보니 간호스테이션에 음료수 등을 쌓아놓는 웃지 못 할 장면도 봤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의대 교수들도 환자들의 감사선물이 가장 곤란하다고 답하는 한편, 장점으로 입원 청탁 등의 환자 민원이 줄어든 점을 꼽았다.

B사립대병원 보직교수는 "노란 보자기로 싸여진 선물이 연구실 책상에 있길래 봤더니 떡이었다. 환자가 이름도 없이 남긴 선물이었는데 난감하다가 병원장실로 올려 보냈다"며 "일주일 뒤 다시 연구실로 되돌아왔는데 하는 수 없이 병동 간호사들과 나눠 먹었다. 이제는 원장실에 냉장고라도 놔 드려야 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부정청탁의 대표로 꼽힌 환자입원 청탁은 신기할 정도로 끊겼다"며 "혹시 있어도 신고대상이 될까 싶어 일절 의사를 전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뿐 아니라 추계학술대회 시즌을 맞은 각 학회들도 김영란법으로 인해 변화된 환경에 몸살을 겪고 있다.

일부 학회는 참여자들의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런천 심포지엄을 진행할 제약사를 모집한다고 해도 선뜻 참여하려는 제약사가 없어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김영란법에서 정한 '식사 3만원' 기준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당뇨병 및 내과학회 등은 김영란법 저촉을 우려해 취재를 위해 참여하려는 기자들에게 별도의 등록비까지 받기도 했다.

한 전문과별 학회장은 "제약사에 2000만원 정도가 드는 런천 심포지엄 제안을 해도 한다는 제약사가 없다"며 "권익위원회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학회 및 학술활동은 괜찮다는 해석도 내렸는데 자칫 '첫 케이스'가 될 우려 때문에 참여한다는 제약사가 없어 런천 심포지엄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회의 한 임원은 "의사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외부활동 및 모임이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라며 "특히 제약사 후원으로 실시하던 세미나가 뚝 끊겼다. 학술적 차원에서는 괜찮은데 선뜻 나서는 교수도 없고 제약사도 꺼려하는데, 학술모임의 위축된다는 점은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밥 먹으면서도 머리엔 온통 '밥 값' 생각

제약사도 부정청탁 금지법 시행에 따른 잔잔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약사법이나 공정경쟁규약과 같은 기존 법령을 인정한다고 밝힌 만큼 제약사들은 업계 관행에 근거해 홍보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방침.

제약사들은 큰 폭의 변화는 없지만 시범케이스로 적발되는 최악의 수만큼은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방법으로 영업과 홍보, 제품 디테일에 신경쓰고 있다.

최근 A 제약사 홍보실은 각 계열사 홍보실에서 수집된 청탁금지법 관련 질의를 취합, 법무법인에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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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약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적용에 따라 대관라인에서 주로 질문이나 민원이 자주 발생했다"며 "각 계열사 홍보실에 질의를 취합해 법무법인에 의뢰,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자료를 전체 계열사 홍보실이 공유해 숙지하고 있다"며 "현장 영업사원과 대관 라인뿐 아니라 임원급까지 새로 업데이트되는 김영란법 관련 유권해석을 공유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8월부터 법 시행까지 30회 이상의 교육을 진행한 B 제약사는 올 12월까지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

B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 활동 부서에서 주로 법 해석에 관련한 질의가 들어온다"며 "전국 지부에서 해설 강의 요청이 들어와 CP 담당자가 사내 변호사와 함께 전국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되는 내용들이 많아 올해 12월까지는 정례적으로 교육을 할 예정이다"며 "그 이후에는 상시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약사 영맨들은 디테일 장소 변경과 복장 점검, 증빙 자료 확보 등 보수적인 접근으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미 각 의과대학 소속 병원들은 김영란법을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이를 대비해 사전 교육과 서약식을 진행하는 한편, 시행에 맞춰 병원 로비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을 배치한 바 있다.

C 제약사 영업사원은 "일부 교수들은 외래진료실 방문 대신 연구실로 찾아올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눈에 띄는 정장 대신 캐쥬얼 복장으로 병원을 찾지만 괜히 주눅이 들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으레 가져가던 커피나 다과가 금지됐음은 물론 개인적 친분으로 이어지던 교수와의 저녁 술자리마저 명맥이 끊겼다는 후문.

일지를 쓰는 홍보맨도 등장했다.

D 제약사 관계자는 "사실 으레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치페이하기에는 아직 어색한 부분이 있다"며 "식사와 커피를 대접한다고 하더라도 3만원이 넘지 않도록 머리 속으로 밥값을 계산하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관 업무에서 적법성을 증빙하기 위한 수단은 역시 기록밖에 없다"며 "김영란법 어플로 일지를 작성하는 등 스스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