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못한채 임종기로 접어든 환자의 경우 녹취 및 영상 촬영이 의무인가." "혼수상태에 빠진 무연고 고령환자의 경우 언제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야하는가."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받지 못한 경우 끝까지 심폐소생술을 해야한다는 건가."
지난 18일 오후,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연명의료 관련 시범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각 의료기관 연명의료 실무자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했다는 설명회는 형식에 그칠 뿐 각 의료기관의 우려를 보완, 수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연명의료결정법을 둘러싼 의료계 우려가 높아지면서 법을 수정 및 보완해 의료현장에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10월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3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이날 설명회는 시범사업 이전에 해당 사업에 대해 관심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 문제는 시범사업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연명의료결정법은 예정대로 시행된다는 점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모 의료기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법 시행 이전에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것인데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1달여 시간이 필요할텐데 법은 2월초 시행하니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의료기관 연명의료 실무자들은 앞서 연명의료법 초안이 발표됐을 당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제기했으며 정부 측 관계자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수준에서 설명회를 마쳤다.
특히 실무자들은 환자 당사자가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을 할 수 없고 보호자 동의를 얻지 못했을 경우에 대해 우려가 높았다.
서울아산병원 한 실무자는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녹취, 영상촬영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의무조항인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것 또한 의무조항인가"라며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 의료기관 관계자는 "의료현장에서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 90%가 환자 보호자가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실정인데 앞으로 환자 사인 등 법에서 정한 규정을 따르지 못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CPR을 해야하느냐"고 물었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공공병원에선 보호자가 없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고령의 환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 환자는 이미 혼수상태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어려운데 언제까지 CPR를 해야하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병원 실무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지만 갑자기 타 병원에서 임종기를 맞이한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시범사업 실시 기관으로 옮겨야 하는지 여부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법 취지가 환자의 존엄한 사망을 위한 것인만큼 환자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다. 서명이 어렵다면 녹취, 영상을 통해 남기고, 이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망 이전에 환자가 원치않는 과잉 진료를 줄이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법에 맞춰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무연고자는 현재 연명의료법 대상이 아니다. 다만, 무연고 환자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