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1년을 맞으면서 제약사들이 '개별 선물 금지령' 등을 내놨지만 오히려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 병의원의 경우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가 회사의 예산 지원마저 끊겨 자비로 선물 구입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담당 거래처의 선물 제공 여부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A 제약사 영업사원은 "회사에서 특별 지침을 통해 명절 선물을 보내지 말고 받지도 말라고 했다"며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는 국공립 대학병원에선 선물이 거의 사라진 분위기지만 개인 병의원은 아직 온도차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 병의원은 속된 말로 감성영업에 해당한다"며 "다 같이 선물을 안 하는 분위기면 모르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경쟁사에서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난감하다"고 귀띔했다.
B 제약사 PM은 "대학병원에서는 빵, 음료와 같은 식음료를 들고 가도 돌려보내는 교수들이 있다"며 "회사 차원의 선물 단체 구매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원급에선 개인 차원의 선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비공개 제약사 영업사원 커뮤니티에선 선물 제공 여부를 둘러싸고 고민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고가에 해당하는 한우나 햄 세트에 이어 상품권 10만원짜리 제공 제보까지 이어지면서 영업사원들의 선물 제공 여부가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것.
C 제약사 관계자는 "위에서 선물을 하지 말라고 해도 남들이 다 선물을 하면 괜히 부담이 된다"며 "회사의 예산 지원도 없어져 치약, 비누 세트 정도로만 해도 방문처가 많으면 최소 수 십만원 씩 개인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최근 창립일을 맞은 D 제약사 역시 직원용 선물 세트만 단체 구매했을 뿐 별도의 외부 제공용 선물을 구매하지 않았다.
E 제약사는 특별 공지를 통해 선물 근절을 주문했다.
영업본부 산하 전 임직원에 하달된 공지 내용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 추석 선물 개별 구매 및 전달 금지를 주문했다.
이뿐 아니라 임직원 상호 간 금품 및 선물도 금지하고 지점장 및 팀장의 관련 법규 및 규정의 철저 감독 관리를 촉구했다.
D 제약사 관계자는 "대량 구매시 가격이 할인 되는 1만원 이하의 판촉물을 구매했을 뿐 회사 차원의 별도 선물 구매는 없었다"며 "영업사원의 개별 선물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