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험분담제도를 환자의 신약 보장성 및 접근성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014년 제도 시행 이후 여전히 다른 나라 대비 낮은 신약 보험등재비율과 더딘 등재 기간,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에도 경제성 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4년간 제도 개선이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대회의실 대회의실에서는 국회의원 김승희 의원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공동주최로 '고가 신약 위험분담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됐다.
위험분담제도는 신약의 효능, 효과나 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제약사가 재정의 일부분을 분담하는 제도다.
정부는 2013년 12월부터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일환으로 위험분담제도를 도입했지만 신약의 접근성이 여전히 낮고, 암·희귀질환자 등 제한된 적응증 적용, 다른 적응증으로 계약 확대 불가능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제도 시행 4주년을 맞으면서 그간 제기된 문제점과 개선점 목소리가 이번 토론회에서도 반복됐다.
'위험분담제도의 평가 및 합리적 운용을 위한 개선 방안' 발제를 맡은 중앙대 서동철 약학대학원 교수는 제도 취지에 맞게 환자의 신약 보장성 및 접근성 제고 방향의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서동철 교수는 "한국의 위험분담제도 문제점으로는 환자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며 "위험분담제 약제인 경우에도 등재 기간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 희귀질환자에만 위험분담제를 적용해 타 질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다른 적응증으로 계약 확대 적용이 불가능해 다른 적응증 환자의 접근성마저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과 평가 및 행정 절차 이행에 따른 시간, 비용 부담 역시 환자, 제약사의 몫으로 남으면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자"는 당초 제도의 취지가 적극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서 교수의 판단.
실제로 2008년부터 2012년 개발된 신약의 보험 등재 약품수(2014년 10월 기준)를 외국과 비교해 보면 국내는 등재 신약의 총합이 45개(29%)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04개(68%), 독일 82개((53%), 영국 78개(51%), 캐나다 60개(39%), 프랑스 58개(38%), 일본 53개(34%) 등과 비교해 봐도 신약 접근성이 떨어진다.
서동철 교수는 "위험분담제 적용 약제가 재계약에 실패시 비급여 가능성도 있고 4년 후 재평가시 대체가능 약제와 경제성 평가를 제출해야 한다"며 "위험분담 대상 약제와 비대상 약제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위험 분담 협약 조건에 따라 급여 등재 이후 비급여화 가능성이 있고 근거 생산 조건부 급여의 경우 제약사의 보험 등재 실패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분담제 유형이 주로 환급형이라 등재 기간이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험분담제의 개선 방안은 ▲접근성 향상 ▲경제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 경평 면제 ▲선 등재 후 평가 ▲성과 기반 계약 확대 등 적용 약제의 성과에 기반해 접근성을 향상하는 구조에 집중됐다.
성과 기반 위주로 제도를 운용하면서 경평 대신 정부와 제약회사가 가격을 정하고 치료 효과에 기반해 약값 환불 여부를 따지면, 현행 심평원-공단으로 이어지는 2중 협상 구조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
서 교수는 "제도 취지에 맞게 환자의 신약 보장성 및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상 질환의 확대를 통한 환자 접근성 향상 및 질환 간 형평성을 맞추고,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 경평을 면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혁신적인 치료제이지만 비교 약제의 가격이 너무 낮아 경제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에도 위험분담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신약의 신속 등재를 위해 선 등재 후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성과 기반 위험분담제의 계약 확대를 통해 제도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먼저 임상적 효과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위험분담 계약 종료 또는 재계약시 경제성 평가대신 신약의 효과를 근거로 평가하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