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를 끌어온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이 결국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의견차로 불발되면서 의협 회장 선거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권고안 합의시 불출마를 선언했던 추무진 회장의 행보가 걸려있는데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을 이유로 소집했던 의협 임시총회도 사실상 방향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는 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의협과 병협이 잠정 합의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중재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단기 병상을 인정하되 이를 개방 병원 형태로 유지하며 시범사업을 통해 효용성을 평가하기로 했던 잠정 협의안을 전면 거부하기로 합의한 것.
지날달 의협과 병협은 실무회의를 갖고 이같은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하며 복지부에 제출할 중재안 초안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장의 외유로 최종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고 결국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의견을 모았지만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병협 관계자는 "개방병원 형태를 포함해 의원급에 병상을 유지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 막바지까지 힘겨루기를 하던 의협과 병협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개편 권고안 채택은 불발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이에 따라 복지부도 사실상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의견이 모아진 부분부터 정책에 녹여내며 다른 방식으로 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방향을 세운 상태.
결국 2년여에 걸친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이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역사속에 묻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안 채택에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는 점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과 불출마에 관한 내용.
앞서 추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권고안이 채택된다면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후보였던 추 회장의 이같은 선언은 선거판에서 중요한 지표가 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의 불발로 이제 이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사실상 추 회장의 의지에 따라 3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추무진 회장의 측근은 "추 회장이 불출마까지 걸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힘을 쓴 이유는 권고안이 의료계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며 "최종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불발된 이상 이제는 추 회장의 의지에 모든 것이 달려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 채택 불발과 전국의사총연합 등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불신임안 임시총회 등과 맞물려 의사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이와 맞물려 오는 10일로 예정된 의협 임시대의원총회도 사실상 방향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어떠한 결론을 낼지도 관심사다.
임총의 주요 안건이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이를 강행하고 있는 추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등 두가지 안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김이 빠져버린 이유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에 대해 이미 병협이 더이상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데다 복지부 또한 사실상 협의 종료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료계 내부 논의는 더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
또한 이를 강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발의된 추 회장의 불신임안 또한 이와 맞물려 원인이 없어지는 결과를 맞아버렸다.
하지만 추 회장의 불신임을 주도하고 있는 대의원들은 이와 무관하게 대의원들의 힘을 통해 불신임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록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어졌다 해도 추 회장의 행보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불신임 동의안에 서명한 A대의원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이 불발됐다고 해서 대의원총회의 의결 사항을 위반한 추 회장의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추 회장에 대한 불신임 이유는 여전하며 대의원들의 엄중한 판단이 있게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