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위를 걷던 의정 실무협의체가 결국 파행 수순을 밟으면서 새 대한의사협회장의 부담감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협상단이 전원 사퇴했다는 점에서 당선 즉시 협상단 구성부터 의정협의 재개까지 고민해야 하는 부담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 정부와 대한병원협회간에 협의체가 가동되는 것도 부담이다.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9차례에 걸친 의정 실무협의체 회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협상단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비대위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인내하며 복지부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운 태도 뿐이었다"며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 만큼 심기일정한 새로운 협상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총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회장이 누가 되던지 상관없이 비대위는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해 목숨걸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금까지 9차례 협의체 논의를 진행했던 협상단이 사퇴하면서 의정협의체는 당분간 실무협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새로이 선출되는 의협회장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개표를 통해 당선자 신분이 되자 마자 협상단을 새로 꾸리는 것부터 의정협의체 재개 여부까지 급박하게 진행해야 부담감이다.
특히 추무진 현 의협회장을 비롯해 집행부와 비대위간에 감정선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갈등 해소도 관건 중에 하나다.
만약 추 회장이 당선된다면 이 관계를 이어가며 협상단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다른 후보들이 당선된다면 임기가 남은 추 회장과 집행부, 비대위 간에 갈등을 안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더욱이 9차 협상에서 예비급여 고시, 신 포괄수가 확대 등을 놓고 비대위가 사실상 최후 통첩을 했지만 복지부는 의료계가 신의를 어기고 있다고 반박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이미 의정관계가 극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서 새로이 협상단을 꾸리고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연 의정협상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비대위의 활동이 4월 총회 이전까지로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이 안에 빠르게 협상 재개 여부와 협상단 구성을 끝내고 이에 대한 연장 여부를 다시 물어야 하는 것도 성과를 얻어내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와 무관하게 복지부와 병협이 우선 협상을 이어가는 것도 부담 중 하나다. 만약 의료계가 지금과 같은 갈등을 이어간다면 복지부와 병협이 별도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의료계로서는 한쪽 날개를 잃는 셈이 된다는 점에서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우선 다음 실무협의체는 의협의 상황과 무관하게 복지부와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후 상황은 의협회장이 선출되고 신규 집행부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며 "의료계가 새로운 의협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협상단을 꾸린다면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선 3월 말로 차기 협상이 정해져 있고 이는 약속인 만큼 이 자리에는 비대위와 병협이 나오던 혹은 병협만 나오던 협의는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