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성적만 우수하면 의대에 들어오고 시험만 통과하면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의사양성체계는 문제가 있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임기영 회장(아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은 현재 의사 양성체계 전반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3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34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 앞서 지난 30일,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임 회장은 의과대학 선발과정에서부터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까지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시험 점수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식의 선발과정부터 바꿔야한다"면서 "기질적으로 의사가 되면 안되는 학생들이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의과대학에 들어온다면 학교도 학생도 서로에게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손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다른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생이 자신과 맞지 않는 의학을 선택하는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의사를 업으로 삼으려면 서비스 마인드와 공감능력 및 의사소통 분야에 뛰어나야 하는데 기질적으로 이와 맞지 않는 학생이 입학하게 되면 방황할 수 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임 회장은 의과대학 교육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학생중심학습, 통합교육, 역량중심교육 등 혁신을 한다고들 하지만 이 또한 올바른 방향인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실습도 견학인지 성지순례를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일침을 날렸다.
일단 의학은 문학, 예술 분야와 달리 실수가 곧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자가학습과는 맞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
실습 과정도 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의 폭을 넓히기 보다는 눈으로 보는 게 전부인 수준에서 그쳐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과대학 5년 교육을 받은 후 필기시험을 실시해 1차 실습면허를 지급하고 2년간의 서브 인턴쉽 과정을 거친 후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최종 면허를 지급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아직 이상적인 얘기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사 면허시험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기시험을 1년에 1차례 치뤄서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실기시험은 수시로 갖고 합격하면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더 나아가 졸업후 교육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전공의 특별법 등 수련환경을 개선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병원 측은 전공의에게 좋은 수련이나 교육을 받을 대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일꾼으로 여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환자와 많이 접촉하는 전공의 시절에 환자안전, 환자와의 의사소통 등 의학 이외의 것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지만 당장 눈앞에 환자를 진료하기에 급급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시기에 더욱 폭넓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