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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문서 증거 안 돼" 입원 적정성 심사 무력화?

발행날짜: 2018-06-11 06:00:49

대법원, 증거 인정한 원심 파기…병원계 "보험사기특별법 재개정해야"

대법원이 경찰의 보험사기 범죄 수사 협조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가 재판에서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 기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보험사기특별법 개정 요구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형사 1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66)씨 등 6명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소된 이씨 등은 통원치료가 가능한 질병을 과장해 장기입원하고 이를 구실로 보험금을 청구해 적게는 5000여만원에서 많게는 3억 17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심평원이 제출한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증거능력을 갖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에서는 심평원 회신 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이씨 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이 같은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를 형사소송법 상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즉 심평원이 보험사기특별법 상 시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를 통해 경찰에 보낸 특신문서를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 있는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서 규정하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심평원의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병원계 "입원 적정성 심사기능 무력화…법 개정해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병원계는 보험사기특별법에 따라 심평원이 수행 중인 입원 적정성 심사 기능 자체를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란, 보험사기 행위를 방지하고 보험사기범을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그 대상을 보험금을 취득한 자 이외에도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까지 포함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심평원은 2016년부터 경찰 등의 수사 협조를 위해 입원 적정성 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즉, 보험사기특별법에 따라 심평원이 보험청구 심사 이외 입원 적정성까지 평가하게 된 셈이다.

경기도 A 중소병원장은 "대법원 판결은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특신 문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입원 적정성 심사 필요성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심시기능이 무력화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심평원 공공심사부에서 보험사기특별법에 따라 경찰 등의 수사 협조를 위해 입원 적정성 심사를 해왔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인정된 만큼 보험사기특별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입원 적정성 심사자가 직접 판결에 나서 증언하는 것은 증거능력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입원 적정성 심사에 따른 문서가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지만, 심사자가 직접 증언에 나서면 증거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입원 적정성 심사 기능 자체가 무력화 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