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 급증" 원료 수급문제로 약가인상 요구… "안정 공급 단서조항 필요" 생산량 증가 등 복합적 판단해야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무작정 약가 인상만이 해법이 되지는 못한다."
최근 퇴장방지의약품 리피오돌의 공급중단 문제로 필수의약품들의 환자 접근성 문제가 재차 도마에 오른 가운데, 공공적 공급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3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실 주최 긴급 토론회에서는, 의약계 관계자를 비롯해 정부측 담당자, 환자 및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강아라 약사(정책부장)는 반복되는 필수의약품의 국내 공급 문제를 지적했다.
강 정책부장은 "미국FDA 약물 수급 보고서를 통해, 2013년 희귀의약품 지정 이후 현재까지 공급이 부족하다는 결과들이 나온다"며 "리피오돌 약가가 100만원 수준에 육박하며 전 세계 최고가라고 야기되는 미국에서 조차 공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진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결국 가격인상이 원료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또 이후 안정적인 공급까지 담보할 수 있는지는 신중한 고민이 따른다"고 말했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의 경동맥화학색전술시 항암제와 혼합해 사용하는 물질로, 국내 간암 환자의 90%가 투약하는 필수 치료제로 알려졌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가 "기존 공급가(5만2560원)에 5배 인상분에 해당하는 26만5천원으로 올려달라"며 수입을 중단하면서 전국에서 재고 부족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이다.
현재 마땅한 대체의약품이 마련돼 있지 않은 터라, 일부 간암 수술이 지연되는 등 정작 환자들에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게 문제다.
강 정책부장은 "회사측도 리피오돌이 개발된지 오래된 만큼 연구개발비를 약가 상승 요인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며 "최근 3년간 중국 리피오돌 사용량이 급증하고,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리피오돌 수요가 늘면서 원료 수급을 이유로 약가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피오돌은 매우 오래된 약이고 희귀약 지정으로 혜택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여기서 과연 약가 인상만이 공급 부족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생산성 비용 규제 등 복합적 문제…"현장 모니터링 센터 7곳 운영 중"
리피오돌의 국내 약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약가 인상분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강 정책부장은 "외국약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며 "실제 약가가 56만9847원인 덴마크의 경우 2014년도에 약가가 수직 상승했다. 전세계적으로 급격한 인상을 요구하는데 전체적인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약가를 얼마로 단정짓기보다는 되풀이되는 리피오돌 사태가 보여주는 필수의약품 공급 문제에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패널로 참석한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선 연구원은 "약가인상이 어떻게 안정적 공급을 보장할 수 있느냐"며 "실제 중국보다 낮은 26만원으로 향후 공급 문제 해소될 가능성이 있는지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 컨트롤타워라는 단일 구조가 아닌, 생산비용규제 측면서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사례가 답은 아니다. 전제될 원칙은 환자와 의료공급자 불안을 불식시키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리피오돌 가격 인상 문제에선 무엇보다 의약품의 안정 공급이라는 단서조항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정현철 사무관은 "해당 문제는 지난 3월부터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가격 협상을 놓고 단기적으론 긴급 도입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퇴장방지약과 관련 위탁제조 및 제네릭 품목의 행정적 지원을 고려하고 있가"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7월부터 국가필수약 협의체가 시행되면서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관련 매뉴얼도 만들고 있다"며 "의약품 수급 부족 사태에 의약품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중이고, 운영비를 투입해 현장 모니터링 센터 7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건약 강 정책부장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필수의약품의 공급 문제를 놓고, 정부측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 제시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필수의약품관리위원회 설치와 공공제약사 설립 등 해당 내용을 담은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관리 법안(2017년 6월 권미혁 의원발의) 등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