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양성 유방암 분야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의 병용전략으로 '조기 유방암 환자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처방 적응증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퍼제타의 개발 뒷얘기이다.
현재 표적항암제 허셉틴으로 대표되는 1000억원 규모의 HER2 양성 유방암약 시장에선, 수술 후 보조요법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된다.
여기서 허셉틴과의 조합에 중심축을 담당하게될 치료 옵션으로 퍼제타를 꼽는 상황.
국내에서도 올해 4월부터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과 수술 후 보조요법 모두에서 퍼제타 기반 치료의 가능성이 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재발 위험이 높은 해당 환자에서 퍼제타를 수술 전과 후 총 1년간 투여하는 처방 적응증을 확대 승인한 것.
그런데, 막상 개발과정을 들여다보면 허셉틴과의 케미를 자랑하는 퍼제타의 개발 과정은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전임상 단계부터 퍼제타 개발에 참여한 로슈 글로벌 개발부서 전임상연구 총책임자 막스 하스만(Max Hasmann) 박사는 "허셉틴이 만들어지던 1986년도 퍼제타(2C4)는 활성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제넨텍의 후속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초기 물질을 발견했을 당시 퍼제타는 HER2 발현율이 낮은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들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며 "때문에 제넨텍은 2005년에 퍼제타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로슈 독일 연구진이 허셉틴과 퍼제타의 병용요법에 전임상연구를 시작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허셉틴과 퍼제타의 병용요법이 시도된 배경도 눈길을 끈다.
그는 "허셉틴과 퍼제타는 항체 결합을 하는 기전이 다른데도 같은 수용체(HER2)에 작용한다는 지점이 신기했다"면서 "하나의 수용체를 타깃하는 두 가지 표적치료제를 병용요법으로 쓰는 방식이 얼마나 유효할 지 기대가 컸는데 실제 퍼제타 병용요법의 전임상 데이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수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연구 참가자들은 허셉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된 HER2 양성 진행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허셉틴 치료 이후에도 질환이 진행된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항암화학요법 없이 퍼제타를 병용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도 낙관적이지 못했는데 아주 놀라운 결과들이 나왔다.
하스만 박사는 "완전관해가 확인된 케이스만 5건이었고 부분관해를 보인 환자는 더 많았다. 연구 참여 당시 진행성 암이 있었던 환자들도 6개월 이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면서 "전반적으로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허셉틴과 퍼제타를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연구였다"고 밝혔다.
이렇게 성공 가능성을 본 병용연구는 가속도가 붙게된다.
그는 "로슈의 독일 연구진에서는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며 "그게 바로 전이성 유방암에 허가 임상인 CLEOPATRA 연구와 수술 전 보조요법인 NeoSphere 임상이었다"고 밝혔다.
재발 잦은 양성 유방암 "수술 후 보조요법 관건" 총 연구만 10년 계획
최근 퍼제타의 허가 적응증은, HER2 양성 유방암에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도 한층 넓어졌다.
하스만 박사는 "이미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 좋은 치료 성과를 보였기에, 다음 단계인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퍼제타 병용요법으로 완치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려 했다"면서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재발 위험 감소는 결국 전이성 유방암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들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허가 확대의 근거가된 APHINITY 임상에서 차별점도 언급된다.
기존 유방암 치료제 임상들을 보면 1차평가변수로 무병생존기간(DFS)을 많이 사용한데 반해, APHINITY 임상에서는 침습성 무병생존기간(iDFS)을 사용했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연구에 iDFS를 활용한 이유는 치료의 효과를 보다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라면서 "DFS는 대장암처럼 유방암과 관련없이 새로 발생하는 암도 약제로 인한 재발로 간주하기 때문에 실제로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점들이 있었다. 때문에 약물의 치료 효과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변수로 iDFS를 선택하게 됐다"고 답했다.
다만 APHINITY 임상 결과에 DFS 지표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iDFS 뿐만 아니라 DFS도 2차 평가변수로 활용됐다.
해당 임상이 환자 재발률 감소에 초점을 맞춘 만큼, 총 연구기간은 10년으로 잡혔다. 올해로 4년차 결과가 나온 상황.
하스만 박사는 "퍼제타+허셉틴 병용 치료군은 2년차부터 허셉틴 단독요법군과 치료 효과에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대조군에서도 허셉틴이라는 우수한 치료제 때문에 치료 예후가 좋아 2년이 지난 후 치료 효과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추가 분석 발표 시점은 5년차 추적 관찰이 끝난 이후로 예상하는데 10년차까지도 연구 결과를 추적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추적관찰 기간이 길 수록 양 치료군 간에 차이가 더 크게 벌어져, 퍼제타 병용요법의 혜택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재발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퍼제타는 유방암 치료의 종착지가 아닌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향후 퍼제타 임상연구 계획과 관련한 일문일답.
퍼제타 피하제형 개발 막바지…"대장암 영역에도 주목"
Q. 퍼제타는 허셉틴 치료에 병용요법으로 쓰여지는데, 향후 단독요법으로 활용 계획은?
하스만 박사-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퍼제타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연구했다. 그러나 3상 임상연구까지 추진할 만한 확신을 주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HER2 수용체의 활성화 기전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HER2 양성 유방암에서 치료제는 HER2가 다른 HER family와 결합하는 이합체화 과정도 차단해야 하지만 HER2 수용체의 세포 바깥 부분을 잘라서 암세포의 추가적인 활성화를 막는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퍼제타와 허셉틴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시너지에 주목한 것이다.
Q. 두 치료제가 서로 같은 수용체를 표적하다 보니 치료 효과가 중첩되는 면도 있을 것 같다.
-항체의 작용 기전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한 가지는 수용체에 결합해 수용체의 활성화나 그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이다. 쉽게 말해 항체의 팔에 해당하는 부분이 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외 항체는 면역세포와 관련된 치료 효과도 있다. 이 역할은 항체의 몸통 또는 다리에 해당하는 부위가 담당한다. 허셉틴과 퍼제타의 치료 효과가 유사점을 보이는 부분은, 면역세포와 결합하는 몸체의 기능 쪽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Q. 퍼제타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어떤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가?
-현재 퍼제타의 잠재력을 알아보기 위한 몇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로슈 Medical Affairs 팀의 'My Pathway 연구'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여러 종류의 암의 특성을 분석해 각각의 암이 유발하는 결함들의 특징을 살펴본 후, 이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알아본다. HER2 관련 부분을 연구하는 팀도 있다. 해당 팀이 대장암, 간암, 유방암 등 HER2 양성의 특성이 있는 암종에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을 시도하는 연구를 진행 한다. 올해 ASCO에 중간결과가 발표됐다.
현재로서 가장 데이터가 많은 암은 대장암이다.
Q. 허셉틴은 피하주사(SC) 제형이 있다. 퍼제타도 SC 제형을 개발하고 있나.
-이미 퍼제타 SC 제형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퍼제타와 허셉틴을 혼합한 고정용량복합제(FDC) 방식의 피하주사를 개발하기 위한 3상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