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메디칼타임즈가 찾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환자 대기실은 몇일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가운데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실 앞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해 고요 속의 긴장감이 흘렀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왼쪽 가슴에는 검은 색 근조 리본이 달려 있었다.
한편 고 임세원 교수의 장례가 치러지는 적십자병원에는 그를 추모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조문은 오후 5시를 넘기면서부터는 친인척 이외에도 병원 임직원을 비롯해 정부, 학회 등 의료계 관계자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6시 30분경 비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복지부는 박 장관 이외에도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 홍정익 정신건강정책과장 등이 함께 찾아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도 6시경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의사회장과 정성균 총무이사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그를 어떻게 추모할 것인지 논의하고 이후 제도적인 대책도 모색하겠다고 했다.
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서울대병원)도 후배 의사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는 "지난 1일 학회 긴급 이사회를 열고 다양한 대책을 논의했지만 지금은 환자와 보호자 등 많은 분들이 충격에 빠진 상태로 구체적인 대책을 얘기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다"며 "적어도 발인할 때까지는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게 맞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토요일 학회 차원에서 추모식을 준비 중"이라며 "평소 환자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 어떤 식으로 그를 추모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전에 이어 오후에 다시 장례식장을 찾은 강북삼성병원 신호철 병원장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지금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당일 진료실에 있던 간호사 등 충격적인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직원을 살펴야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당일 근무했던 직원들의 근무 일정은 간호본부차원에서 조율해 최대한 그들의 편의에 맞춰 진료에 임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장례식장에는 과거 고인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와 그의 보호자도 임 교수의 죽음에 비통함을 토로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환자 보호자는 "외래 진료실에서 만난 임 교수는 너무나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었다. 지금은 치료를 마친 우리 아들도 어제 소식을 접하고 밤새도록 울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들도 퇴근 후에 장례식장을 찾기로 했다"며 "그런 교수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프고 원통하다"고 말을 이었다.
한편, 이날 오후 고인의 막내 여동생인 임세희 씨는 기자들 앞에서 유가족을 대표해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임씨는 의료진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더불어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당부했다.
그는 "오빠가 그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고통(우울증)을 고백한 것은 의사 또한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낙인이 찍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라고 본다"며 "오빠가 얼마나 자신의 소명의식을 갖고 임했는지 그의 삶에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빠는 굉장히 바쁜 상황에서도 2주에 한번씩 부모님과 식사를 했고 엄마를 위해 굴비를 주문해 택배로 보냈다. 상당한 효자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다. 언니가 직장이 있어 바쁠 때면 오빠가 시간을 조정해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봤다"며 "아이들은 아빠와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고 평소 고인의 일상을 전하기도 했다.
임씨는 "병원 측에서 CCTV를 통해 확인해준 영상을 보면 오빠가 2번이나 멈칫하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를 외쳤다. 뒤도 돌아보기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텐데 이 영상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임씨는 "제가 오빠없는 세상이 낯설고 두렵듯 언니와 그의 아이들은 더 큰 낯설움과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비통한 심경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