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통합 논의가 결국 파행으로 흘러가며 상당한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총대를 매겠다고 공언한 대한의사협회와 최대집 회장이 통합 논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직권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8일 산부인과의사회에 공문을 보내 의사회 통합에 대한 후속 조치 방안을 통보했다. 의협과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에도 해당 공문을 공유했다.
학회 측은 "산부인과학회는 의사회 통합을 위해 의협의 여론 조사 결과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제안에 근거해 통합을 위한 후속 절차를 제안했다"며 "또한 이에 대한 동의 여부를 회신해 줄 것을 요청하고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8일 현재 산부인과의사회로부터는 아무런 회신도 오지 않은 상태"라며 "이에 따라 학회는 분열된 의사회 통합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해 학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다"고 통보했다.
산부인과학회 공문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사회에서 파견된 위원들의 학회내에 모든 직위를 해촉하고 회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사실상 학회 차원에서 산부인과의사회를 인정하지 않고 의견 또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다.
또한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실시하는 연수교육 등에 행사에 학회 소속 교수들의 출강과 좌장 활동도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사실상 대다수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들이 학회에 소속돼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산부인과의사회 행사에 교수들의 참여는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산부인과의사회의 연수 교육에 대한 평점을 인정하지 않도록 대한의사협회에 학회의 이름으로 정식 건의하기로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의사협회 여론조사 결과도 수용하지 않는 등 좀처럼 통합논의가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결단을 내렸다"며 "지금이라도 중앙선거통합관리위원회 만들어서 상반기 내에 통합을 이끌 새 회장을 선출할 것을 제안했는데 산부인과의사회 측은 반대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산부인과의사회 측에서 2020년 이충훈 회장 임기 종료 이후 통합을 추진하자고 주장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후 직선제로 회장을 선출한다손 치더라도 반쪽짜리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이 마지막 통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렇듯 학회가 사실상 직권 조정을 통해 산부인과의사회를 완전히 산부인과계에서 배제하는 통보를 내리면서 통합 논의를 비롯해 산부인과 내부에서 또 다시 상당한 파열음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워왔던 두 의사회는 최대집 회장이 직접 의협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최대집 회장은 취임 후 6개월 이내에 의사회 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지난해 10월 의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1327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 통합에 찬성하는 회원이 1304명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통합 논의는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산부인과학회가 나서 통합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회의를 열었으며 4번에 걸친 회의 끝에 선관위 구성 등을 포함한 통합 논의 구조를 만드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18년 내에 책임지고 이를 완수하겠다던 최대집 회장과 의협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했고 결국 학회는 논의된 안건을 두 의사회에 모두 통보한 뒤 12월 내에 이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학회의 통합 방안에 동의하며 이를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산부인과의사회는 회신을 보내지 않으면서 학회가 직권 조정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책임지고 통합 논의를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한 최대집 회장이 이제와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이제라도 학회 차원에서 정리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원들의 민의가 모아지고 학회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은 만큼 의협과 최대집 회장도 더이상 이를 지연하지 말고 구체적인 통합 절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러한 일방적인 통합 논의에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통합에도 절차가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직선제 의사회에 맞춰서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의사회도 통합 논의와 진행에 대해서는 분명히 수용할 것이며 이에 대한 의지도 충분히 피력했다"며 "원만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관 개정 등 선결 과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무리하게 통합을 진행하면 또 다시 소송과 반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회의 공문에 대해 우선 이사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겠지만 지금까지 의사회가 두개로 나뉘어 소송전을 이어간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