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여론조사가 웬 말인가. '수가'만 앞세워 투쟁을 할 게 아니라 어젠다를 제대로 설정하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향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 주문이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6일 열린 회의에서 집행부에 보다 구체적인 어젠다 설정과 회원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운영위원은 "1주일 전 열린 시도의사회장단 회의 분위기와는 달랐을 것 같다"며 "현재 의료시스템에 대다수의 회원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집행부가 중심을 잡고 제대로 (투쟁을) 해 나가면 대의원회도 적극 지원을 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의견은 현재 의협 집행부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는 데서 나온 것.
의협은 이달 중 회원 여론조사를 통해 회원의 뜻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전국대표자회의, 대의원회 임시총회 등을 연다음 최후에는 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투쟁을 선택한 이유는 진찰료 30% 인상 및 처방료 부활 주장을 보건복지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운영위원은 "어찌 보면 대통령까지도 적정수가를 약속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며 "다만 단순히 수가만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구조적 잘못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구조에 모든 의사가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만 만들어진다면 얼마든지 나설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여론조사 같은 어설픈 방법보다 회원들이 공감해서 나설 수 있도록 어젠다를 설정해서 여론몰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투쟁이라는 이야기는 지난해 10월부터 끊임없이 나온 주제인 만큼 회원의 뜻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수단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B운영위원은 "이미 SNS 등을 통해 투쟁 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선도적으로 리드를 해야지 회원 눈치를 보고 있으면 안된다"며 "투쟁에 대한 명분을 찾고 명분이 없으면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든지 해야 한다"꼬 일침을 놨다.
C운영위원은 "투쟁은 결국 회장이 정하고, 책임도 회장이 지는 것"이라며 "집행부는 회원들이 파업을 하자고 하면 따를 게 아니다. 이제 와서 회원들이 파업을 하지 않겠다면 어쩌겠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옥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면 회장이 단식을 하든지 머리를 깎든지 적극 나서서 여론에 불을 지펴야 한다"며 "회원 핑계를 대면서 여론조사를 이제 와서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D운영위원 역시 "지난주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집행부가 투쟁에 대해 발표한 것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며 "사실 회원 신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우격다짐 식으로 밀어붙이면 현실과 괴리만 생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의협 집행부는 이달 중으로 여론조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운영위에서는 흔들리지 말고 투쟁을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원격의료, 첩약 급여화 등 산적한 현안이 있으니 집행부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조언을 특히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국민 공감대를 끌 수 있는 아젠다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